예수님을 초대한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님이 식사하시기 전에 손을 씻지 않아서가 아니라 ‘손을 씻는 의식을 치르지 않아서’ 깜짝 놀랬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아마도 분위기가 이렇게 되지 않았겠습니까? 바리사이파 사람들끼리 놀란 눈치로 서로 쳐다보면서, ‘유명한 선생이라는 자가 손씻는 규정도 안지키면서 밥을 먹네’ 하는 둥 쑥덕거렸을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런 눈치를 읽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손을 씻어야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 때문인가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형식적으로 지키는 것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라고 말입니다.
조금은 극단적인 예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만약 며칠동안 굶어서 다죽게 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 음식을 준다고 해서 손을 씻고 먹을 만한 정신이 있겠습니까? 그 음식을 주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생각할 겨를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돌항아리에 물을 길어서 손을 씻는 형식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할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들 모두가 전후상황을 살피지 않은 채 누군가의 행동이나 말을 두고 비난하는 좋지 못한 습관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곤혹스러워하기도 하고, 반대로 그런 실수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상대방에게 내가 모르는 속사정이 있고, 아무것도 모르고 이야기를 떠벌린 것이 괜스리 부끄럽게 여겨진 일이 한번쯤은 누구에게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과연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어떤 처지와 상황과 의도에서 나오는 것인지를 유심히 살피는 마음이 없다면, 우리가 손가락질하고 욕하고 언급하는 모든 것이 내 기준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편협함에서 오는 죄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느긋한 마음가짐으로 말과 행동을 살피도록 참고 생각하고 귀를 열어둔다면, 우리의 마음은 이미 이웃을 배려하는 사랑으로 깨끗하게 닦아놓은 그릇과도 같아질 것입니다.
내 기준대로만 세상을 바라보지 않으려는 신중한 자세,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며 판단하는 여유, 그 모든 것이 우리가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길이며 하느님의 계명을 제대로 지킬 줄 아는 깨끗한 마음으로 사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