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 나오는 기도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바치는 아주 친숙한 기도입니다. 이 기도를 드릴 때에, 먼저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의 뜻과 그 나라를 구합니다. 그리고 나서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합니다. 먼저 하느님의 것을 구하고 찾지 않는다면, 사람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일도 초월적이고 나를 구원하는 일과 관계없는 것이 되기에 그렇게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여러 가지 청원을 드리는데, 먼저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합니다. 사람이 생활하는 데에,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하느님을 섬기고 그분의 뜻을 찾으며 살아가는 데에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양식입니다. 그런데 넉넉히 먹고 살 만큼 달라고 청하는 것이 아니라, 그날에 필요한 만큼을 청합니다. 우리의 삶이 언제나 내일이 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양식과 재물로 인해 우리가 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하느님의 뜻을 멀리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또한 모든 것이 하느님께 달려 있으며, 하느님에게서 주어지는 것임을 겸손되이 고백하는 기도입니다.
오늘 독서에 나오는 요나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땡볕에 시달리고 있을 때에 드리워진 아주까리 그늘이 그에게 기쁨이 되었지만, 그것은 자기 손으로 일군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 그늘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하기는커녕, 그늘이 사라졌다고 투덜대고 마음의 평정을 쉽게 잃어버리는 요나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작은 그늘 하나로도 사람이 기뻐할 수 있지만, 바로 그로 인해서도 하느님에게서 마음이 멀어질 수 있는 것 또한 우리가 지닌 한계입니다.
과연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를 생각해볼 때, 언제나 하느님의 것을 먼저 찾는 신앙인이 되고,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들에 감사드리며 우리의 삶의 터전을 가꾸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