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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소화(小花) 데레사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는 24년간의 짧은 생애를 살았습니다. 15살에 봉쇄수도회인 가르멜 수녀원에 입회해서 살다가 결핵을 앓아서 죽었기에 세상에 드러난 인간적인 업적도 없었으며, 수녀원 안에서도 지극히 평범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녀가 죽고 나서 데레사가 쓴 일기등의 기록을 모아 자서전을 내었는데, 이것이 사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19세기 말, 흔히 말하는 ‘세기말’ 현상 때문일까요?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그녀의 짧은 생애와 그 속에 담긴 그녀의 모습에 열광했을까요?

 

  데레사 성녀가 하느님 체험, 혹은 자기 내면을 수양하는 데에 있어 보여준 영성적인 특징은 ‘단순함’입니다. 이 '단순함'을 두고 성녀는 ‘작은 길’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누구나 가고 싶어하고 갈 수 있는 큰 길이 아니라 때로는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어딘가로 조용히 다가갈 수 있는 길, 하느님께로 닿는 평범하고도 소박한 길을 이야기합니다. 그 길이 넓고 편한 길이 아니라고 투덜대거나 하지 않고, 그 길이 제시하는 대로 묵묵히 따라 걸어가는 것이 성녀가 말하는 '작은 길'입니다. 그 작은 길을 걸어감으로써 비로소 내가 얻고 싶은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대로의 하느님을 알게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주어져 있는 규칙 - 그녀는 수도자였습니다 - 그리고 특별한 것이 아닌 사소한 것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단순함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던 것입니다.

 

  요즘 세상은 ‘잘하는 것’에 너무 몰두해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이가 다 잘 할 수만은 없다. 잘하는 이가 있으면 그보다 못하는 이가 있기 마련이고, 어느 정도로 잘했는가 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비교의 대상이 되는 누군가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잘하지 못해도 열심히 한 이’에게 박수를 보낼 줄도 알아야 하고, 때로는 ‘만족스럽지 못해도 최선을 다한’ 과정만으로도 흡족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유는 그래야 함께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일할 수 있고, 사람의 성장과 변화도 가능합니다.

  저를 비롯하여 우리가 신앙공동체 안에서 봉사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여서, 봉사가 서툴거나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것을 두고 불편하게 여기는 때도 있지 않습니까? 봉사하면서 공동체 전체를 바라보려는 노력과 사랑이 부족한 것은 개인의 허물이라 하겠지만, 잘했는가 아닌가 하는 드러나는 결과 - 과정에서의 중간결과도 포함하여 - 를 놓고 아쉬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인색해지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시선이 '봉사하기를 꺼리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잘하지 못하지만 열심한 이, 최선을 다하지만 아직 부족한 이를 인정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합니까? 눈으로 보이는 과정이나 결과만 보지 않되, 사람의 마음을 함께 헤아려주어야 합니다. 또한 능률보다는 그 사람의 열정과 목표, 믿음을 우선적으로 존중해주고자 애써야 합니다. 이것이 보기보다 쉽지 않습니다.

  데레사 성녀의 ‘단순함’은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어떤 순간에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답게 선택하고 행동한다’라고 요약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곱씹어 보면 아주 독특하고 유별난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라고 좋아할 수 있는 단순함, 그래서 힘들다고 느끼지 않는 유별남 말입니다. 

  그러나 이 단순함 안에는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선호하지 않는 타인의 모습이나 그로 인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에 인색한 세상 속에서, 받아들임에 있어 그나마 좀 더 너그러운 교회공동체가 되기 위해 우리 또한 이 '유별한 단순함'에 익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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