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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고해성사때에 고해를 듣다보면 하느님의 용서를 얻고자 하는 것은 '크고 무거운 죄' 곧 중죄(重罪)입니다만 사실 작고 가벼운 습관적 잘못인 소죄(小罪)가 우리의 삶과 영혼을 좀먹는 측면이 있기에 이에 대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사회생활 안에서도 '습관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크고 무거운 잘못을 범하면, 누구나 자신이 잘못한 줄을 압니다. 잘못을 뉘우치기도 쉽고, 잘못으로 인한 상처가 클 수 있기에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더 쉬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일상적이 되어버릴 수 있는, 습관이 되기 쉬운 사소한 잘못은 고치기도 어렵습니다. 적잖은 분들이 고해성사의 은총에 대한 믿음이 약하다 싶을 때, 그분들의 생각 속에 '어렵사리 용기내어 고해하고 용서받아도 다시 또 같은 잘못을 할 터인데'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군요.

 

  여러분은 평소 애정표현을 잘하는 가족이 한번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이 이해하기가 힘든가요? 아니면 툭하면 짜증내고 화내는 가족을 이해하기가 힘든가요? 어느쪽의 모습이 당황스럽고 더 상처가 클까요?

어쩌다 한번 있는 돌발적인 다툼에는 더 크게 놀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늘 있는 다툼은 다툼의 내용에 상관없이 상대방의 감정이 상한 것을 감지하는 순간부터 불쾌해집니다. 이전의 상처들이나 해소되지 못한 상습적인 불쾌함, 불만이 일시에 몰려오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습관의 힘이라는 것은 참으로 무섭습니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우리의 생활, 마음가짐, 생각과 판단의 기준을 바로잡지 않으면 신앙생활은 힘들고 거추장스러운 것에 불과합니다.

 

  제가 우리 공동체에서 예비신자 교리반을 다시 시작할 때에, 교리기간을 이전보다 늘려잡지 않았습니까? 이것 또한 ‘신앙은 단순히 내 마음고쳐먹기’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이요, 몸에 깊이 배어있는 ‘습관’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보기에 결정한 사안입니다. 

  주말 아침에 늘 운동모임을 나가거나 휴식을 취하는 습관이 든 사람이, 가족들과 나들이 한번 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일까요? 하물며 매주 나가지 않던 미사를 빠지지 않고 나가야 한다면, 세례받은 후에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멀쩡한 사람이 죄짓고 사는 것이 된다면, 그러한 습관을 가진다는 것이 단 한 번의 결심만으로 가능할까요? 그래서 지식을 습득하는 교리반이 아니라, 세례를 준비하고 예행연습하는 기간, 신앙인의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익히기 위한 준비기간으로서의 예비신자교리는 일정기간 이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른 중대한 상황이 있다면 그 이유가 우선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우리 교우들 중에 기도하는 것이 익숙치 않거나 어렵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으로 레지오단원이 되신 분들은 묵주기도가 어렵다고 합니다. 당연한 이치입니다. 어떻게 기도가 처음부터 잘 되겠습니까? 꾸준히 묵주알을 굴리기를 몇 백 꾸러미, 몇 천 꾸러미는 반복해야 비로소 묵주를 손에 쥐고 있는 시간이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가 되고, 하느님을 찾고 체험하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습관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저는 '기도가 참 어려워요'라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때로는 그 말이 '기도하기 싫은 것은 아니기도 하지만 사실 귀찮고 하기 싫어요'라는 뜻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버려라”(마르 9,43) 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그만큼 단호한 마음가짐이 아니고서는 죄를 멀리하기 힘들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가벼이 여길 수 있는 죄, 보잘것 없다고 넘겨버리는 사소한 습관일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우리의 말하는 습관, 사람을 만났을 때 자연스레 나오는 첫반응,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혼자만의 생각, 주일미사나 일상기도, 신자로서의 여러 가지 의무에 대한 나의 기준이 어떠한지, 가볍게 보아넘길 수 있는 잘못된 습관이 이웃과의 관계를 깨트리고, 내 영혼을 멍들게 하고, 내 생활과 생각을 타락하게 하는 주범일 수 있음을 더욱 명심하며 한 주간을 살아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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