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서품을 받고 나서 두 달여 간 '새사제학교'라는 연수기간을 가졌습니다. 이때에 교구 내의 다양한 사업분야에 대한 설명과 선배신부님들의 조언을 듣고, 실제 현장체험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은 가두선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실제로 번화가에 나가서 가두선교를 직접 해보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가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주위 이웃들 가운데 쉬는 교우들의 회두를 권면하거나 예비신자를 인도하기 위해 사람들을 찾을 때 냉담한 반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런 차가운 모습에 낙담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또다시 하느님께로 인도할 사람들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가 한 사람에게라도 더 복음을 전하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본인의 믿음과 사명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나아가 교회에는 성령께서 함께 하시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거대한 성령의 은총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일은 어느 성직자나 신자 개인의 것도 아니며, 교회를 위한 일 그리고 교회가 하는 일은 사람의 일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의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져야 할 것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느님께 맡겨드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인간적인 노력으로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할 때에는 다른 인간적인 힘과 능력에 의지하기 보다는 하느님께 의지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일에 앞서 하느님께 의지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일을 시작하고, 특별한 지향이 있을 때는 그 지향으로 꾸준히 기도합니다. 만약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다하더라도 우리는 하느님의 일이기에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서 하느님께 내어맡기고 그 자체로 만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보면 얼마나 자유롭고 편한지 모릅니다.
오늘 복음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어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를 고쳐주라고 하십니다. 근데 길을 떠날 때 아무것도 지니지 마라, 지팡이나 식량 자류나 빵이나 돈은 물론, 여벌 내의도 가지고 다니지 말라고 합니다.
인간적인 생각에서 볼 때에는 “그럼 뭘 먹나? 어디서 자나? 어떻게 다니느냐?” 하는 생각을 하겠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 모든 것을 준비해놓으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이 말씀에 희망을 걸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신다는 그 말씀을 믿음으로써 보다 힘차게 복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을 믿지 않을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불안과 초조함이요, 이 말씀을 믿고 의지할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평화와 자유입니다. 이 평화와 자유를 위해 먼저 기도하며 일을 시작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알려주는 오늘 영성체송의 말씀을 기억합시다 : “주님은 규정을 내리시어 어김없이 지키라 하셨나이다. 당신 법령을 지키도록 저의 길을 굳건하게 하소서."(시편 1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