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 십자가 현양축일입니다. 우리는 어디를 가나 십자가를 흔히 볼 수 있으며, 늘 십자성호를 긋고 매사를 시작하고 마칩니다. 그러면 특별히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높이 달리시어 만인 앞에 당신을 드러내심을 경축하는 이 날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예수님께서 짊어지셨고, 매달려 희생되신 십자가는 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는 초대교회때부터 인류의 구원과 멸망의 열매가 달리는 두 개의 나무를 두고 묵상해 왔습니다. 첫 번째 나무는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선악과를 따 먹었던 그 나무이며, 이 나무에서는 죄와 죽음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나무, 예수님께서 높이 달리신 십자나무에서는 모든 세상의 구원과 영원한 생명이 흘러나옵니다.
그러면 에덴동산의 그 나무에서 죄와 죽음이 나오게 된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하느님의 말씀까지도 무시할만큼 스스로 높아지고자 했던 인간의 교만함과 욕심, 그리고 자기 혼자만 잘되려는 이기심 때문입니다. 반면에 십자나무에서 구원과 생명이 나오게 한 것은 무엇입니까? 하느님이시면서도 스스로 한계를 지닌 약한 인간이 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낮아지심과 겸허함, 그리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어 기꺼이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치신 희생입니다.
오늘 우리의 주님께서 십자가에 높이 달리신 사건을 기념하면서, 우리가 십자성호를 그을 때나 십자가를 바라볼 때에 이러한 주님의 낮아지심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사랑을 본받으며 살아가려고 노력하기로 약속했으며 그것이 하느님의 뜻임을 굳게 믿고 있음을 고백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에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씨앗을 심어두셨다면, 나는 과연 내 마음속에 어떤 나무를 키우고 있습니까? 내 욕심과 이기심의 나무입니까? 아니면 겸허함과 희생과 사랑의 십자나무를 키우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