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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제가 인생을 논하기에는 아직도 젊은 연치이기는 합니다만, 그럼에도 삶은 좋은 것만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취사선택보다는 오히려 나쁜 것과 좋은 것을 모두 받아들임으로써, 그 안에 있는 좋은 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더 잘 누리고자 하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거기에 더해 조금 더 많은 것, 나아가 내 삶에 관계된 모든 것을 더 좋은 것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있어야 제대로 된 삶이라 여겨집니다. 

  광산에서 채광을 할때에 보석만을 캐어내는 것이 아니라, 쓸모없어 버려질 돌덩이를 훨씬 더 많이 가져오지 않습니까? 그 가운데에서 쓸모있는 것을 취하는 것, 이것만이 인생이 아니라 처음 발파에서부터 보석을 가려내는 것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공정이 하나이듯, 우리의 인생도 그러하리라는 뜻입니다.

 

  ‘노다지’라는 말에서처럼 금광을 값지고 가치있는 장소로 여긴다고 하여 그 안에 있는 사석들도 가치있다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사석을 품고 있는 금광은 분명히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와 같아서,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나의 ‘모든 것’을 두고 이르는 호칭이며 고백이어야 합니다.

 

  신앙생활은 우아하게 보석으로 치장하고 자태를 뽐내는 것과 같이 편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도 신앙을 가짐으로 인해 되레 피곤해졌다고 느끼신 적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우리의 신앙이 고결하고 품위있다고 여기지만, 항상 그렇지도 않습니다. 마치 내가 바라는 보석을 얻으려면 먼지를 마셔야 할 때도 있고, 사석을 골라내고 보석을 정제해내는 가운데 수많은 땀방울을 흘려야 하는 것처럼 신앙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신앙이란 내가 좋다고 여기든 나쁘다고 여기든 - 그 가치평가는 사실 상대적인 면이 있기에 때로는 뒤바뀔 수도 있습니다 - 광산 전체와 같은 그 모든 것이 하느님께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믿고, 그 광산 안에 금이 있다는 확신처럼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꼭 필요하고 가장 좋은 것을 주신다는 것을 믿어서,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지하고 맡기는 것입니다.

 

  저도 본당에서 지내다보면 제 시선이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미흡한 것들이 왜 없겠습니까? 그 모든 것까지, 저는 여러분이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가장 좋은 선물임을 믿고 기꺼이 사랑하며 지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고, 오늘 복음의 말씀은 저를 그런 마음으로 살도록 채찍질해줍니다. 한편으로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신부가 미흡하고 아쉬운 것이 왜 없겠습니까? 그 미흡한 신부가 여러분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지 또 모를 일이지 않습니까? 

 

  비록 지금 우리 눈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순도가 낮은 금광석 같을지라도 주어진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안고 받아들이며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예수님을 우리 전 생애의 주인으로 고백하는 사람이 신앙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 아닐까 합니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와 서로를 그렇게 바라보려 노력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기도하며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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