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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누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칩시다. 이때에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물에 빠진 것이 누구인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알아보려 하겠습니까? 아니면 물에 빠진 사람부터 건져놓고 보겠습니까? 후자가 아니겠습니까? 그가 누구인가, 나와 어떤 관계인가를 살피는 것보다는 사람을 살리는 것,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우선이고, 누구인가를 판단하기 이전에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복음에서 마귀의 영이 들린 이는 예수님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루카 4,34) 하고 말합니다. 자신의 영역을 침해당하기 싫어합니다. 가까이 와 있는 예수님을 의식하면서도, 자기 행동이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린다거나 간섭당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의 심리와 흡사해 보입니다. 자기중심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가 이 말 한마디에 가득 담겨져 있는 듯 들립니다.

  반면에 예수님은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을 보고 그 고통을 먼저 바라보십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가는 복음에 나오지 않습니다. 죄인이기 때문에 마귀의 영이 들렸다는 말도 없습니다.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만이 드러날 뿐입니다. 예수님은 그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마귀를 쫓아내십니다.

 

  복음은 율법학자들과 예수님의 가르침이 그 권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율법학자들은 성경에 적힌 말씀과 조상들이 지켜오던 전통을 내세웁니다. 그 가르침은 사람들의 삶에 맞게끔 변화되지 못합니다. 자기식대로 내세우는 가르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권위가 떨어집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람들과 가까이 계십니다. 똑같은 가르침을 준다고 할 때에도, 성서의 말씀을 삶에 적용하는 하느님의 지혜가 있고, 사람을 사랑하고 살리기 위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그러기에 사람들에게 권위가 있는 가르침이 되는 것입니다.

 

  이웃의 아픔, 문제, 기쁨을 보면서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양 여긴다면,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서 남의 문제를 같이 기뻐하고 아파하지는 않으면서 잘잘못만을 따지고 드는 차가운 마음을 지니고 산다면, 이웃의 고통과 아픔을 헤아리려는 노력없이 비아냥거리기만 한다면,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하느님 나라의 문턱에서, 우리는 “썩 나가라”는 예수님의 호통만을 듣게 될지도 모릅니다.

 

  예수님과 마귀들린 사람의 만남을 보며 우리는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 그 어떤 힘과 권위도, 이웃을 제 몸같이 여기는 사랑보다 더 힘있고 권위있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세상 끝날에 다시 오실 주님을 맞이할 우리 모두는 이웃이 겪고 있는 아픔을 먼저 바라보고, 함께 마음아파 할 줄 아는 사랑의 눈을 지니고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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