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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에 나오는 나타나엘은 바르톨로메오 사도와 같은 사람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그것은 다른 복음서들에서 바르톨로메오의 이름이 나타나엘을 예수님께 소개한 필립보의 이름과 항상 나란히 열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 안에서 바르톨로메오 사도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은 예수님께서 뽑으신 열두사도의 이름이 나오는 곳 뿐입니다만, 그분의 축일에 오늘 복음말씀을 듣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요한복음의 말씀에서 나타나엘과 예수님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와 얘기도 해보지 않은 채 그가 거짓이 조금도 없는 이스라엘 사람임을 알아차리십니다. 그러자 처음에는 “나자렛에서 무슨 신통한 것이 나올 수 있겠소?” 하고 예수의 정체성에 대해 의심을 품던 나타나엘은 자신을 궤뚫어보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서는 금새 모든 의심을 버리고 그분이 구세주이심을 고백합니다. 그가 순수하고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의 말과 의견을 받아들이는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들이 공경하는 수많은 성인들이 처음부터 거룩하며 동시에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분들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열두 사도들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평범한 어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는 세리, 세상을 뒤집어 엎으려는 과격한 성향의 혁명당원들이었습니다. 제배대오의 두 아들이 높은 자리를 얻고자 예수님께 청을 드리니까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며, 누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다투다가 서로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예수님의 훈시를 듣기도 합니다.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해 놓고서도 금새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배반하는 나약한 모습을 지닌 이들이 바로 우리가 공경하는 성인들입니다. 주님의 뒤를 따라나선다고 하면서도 금새 세상의 권력과 명예에 대한 미련에 유혹당하고, 시련에 맞설 용기가 부족해서 걸려 넘어지는 것이 우리에게는 운명과도 같이 주어진 어쩔 수 없는 약한 모습입니다. 이점에서는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 나오는 나타나엘, 즉 바르톨로메오 사도의 모습에서 우리는 한가지 희망을 봅니다. 한눈에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할 수 있을 만큼 열린 마음을 지녔던 성인처럼, 하느님께서는 그 보잘것 없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주님을 닮은 모습, 하느님께 구원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주셨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다른 이들에게서 사랑받을 만한 매력이 있고, 하느님께서 보시고 어여삐 여기실 만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것에 감사하면서, 주어진 능력을 잘 키워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며, 세상 안에서 우리를 구원에로 인도하시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린 자세로 사는 것만이 성인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히 살게 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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