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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랑합시다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1요한 3,18) 요한 사도의 이 말씀은 그리스도인이라면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책무에 관한 목소리입니다. 우리는 성삼위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자비의 감도를 받아, 가난한 우리 형제자매에게 연민의 마음으로 자비의 활동을 실천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것처럼 사랑하려면, 특히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려면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야 합니다.


우리는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만나고 눈을 맞추며,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 주는 사랑의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품에 안아 주라고 부름을 받았습니다. 또한 가난한 이들이 내민 손은 우리가 안전함과 편안함에서 벗어나 가난 자체의 가치를 인식하라는 초대입니다.


현대 세계에서 가난은 우리에게 날마다 수만 가지 방식으로, 곧 고통, 소외, 억압, 폭력, 고문과 옥살이, 전쟁, 자유와 존엄의 박탈, 무지와 문맹, 응급 의료 상황과 일자리 부족, 인신매매와 노예살이, 망명, 극빈과 강제 이주의 모습으로 도전합니다. 가난은 돈과 권력의 권모술수에 짓밟히고 저열한 이익을 위하여 착취되는 남녀노소의 모습에 존재합니다. 그 밖에도 사회 불평등, 도덕적 타락, 선택받은 소수의 탐욕, 대중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가난에 대한 얼마나 씁쓸하고 끝도 없이 많은 사례들을 들 수 있습니까!


불행히도 우리 시대에는 소수 특권층이 흔히 불법적 행위와 연루되어 인간의 존엄을 처참하게 침해하면서 자신들의 손에 축적된 부를 과시하는 한편, 그 이면에는 수치스럽게도 전 세계적으로 사회의 광범위한 부문에 빈곤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각본에 직면하여 수동적으로 있거나 심지어 체념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삶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갖고 이러한 빈곤의 모든 형태에 대응해야 합니다.


자비의 특별 희년 폐막 때에 저는 교회에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도입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하여 전 세계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가장 작은 이들과 가장 가난한 이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의 더없이 훌륭한 구체적 징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지냄으로써 비길 데 없는 복음적 충만, 곧 가난한 이들에 대한 예수님의 우선적 사랑이 보태지기를 바랍니다.


새롭게 제정된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이 우리 신자들의 양심에 강력히 호소하여 우리가 가난한 이들과 나눔으로써 복음의 심오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확신을 키울 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은 골칫거리가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가 복음의 본질을 우리 삶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들입니다.

 

바티칸에서
2017년 6월 13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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