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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지속가능성”(sustailability)이라는 가치가 지난 몇 년 전부터 새로운 화두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1970년대에 처음 제시된 이 관념은 특히 지구의 온난화와 환경파괴에 대한 문제해결을 위한 변화의 기준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이제는 단순히 환경보호만이 아니라 인간활동, 경제, 국가정책 등에 있어서도 ‘미래에까지 유지 가능한가’라는 기준을 중요시함으로써 ‘인간과 자원의 공생’, ‘개발과 보전의 조화’, ‘현세대와 미래 세대의 고른 혜택’ 등을 추구합니다.

  이 ‘지속가능성’은 우리 인간이 ‘지금 이 순간의 우리’만을 위한 선택이 아닌, ‘미래의 우리’를 위한 선택도 함께 해내어야 함을 중요시합니다. 지금부터 훗날까지 계속 누릴 수 있는 평등, 조화, 행복 등을 말합니다. 물론 이러한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의 삶의 패턴에 적잖은 변화를 도모해야 하기도 합니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실현할 만한 가치로 여긴다면, 결국 ‘오늘을 사는 나’에게 더 유익할 수 있다 하더라도 미래의 행복이나 균형을 갉아먹는 선택이나 기회를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니까요.

 

  오늘 복음은 오천명을 배불리 먹이신 빵의 기적에 이은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빵의 기적에 열광하여 억지로라도 예수님을 임금으로 모시려 했습니다. 그러한 사람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 6,26-27) 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빵을 배불리 먹었다는 사실에 시선을 빼앗기지 말고 그 기적이 지닌 뜻을 깨달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오늘의 굶주림을 면하게 해준 빵에 시선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그 빵이 어떻게 주어졌으며 또한 그 빵의 기적을 일으키신 예수님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빵의 기적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주시는 양식과 그 양식으로 성장하는 또 다른 생명, 영적인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무수한 기적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결핍된 것을 일시적으로 채워주는 행위가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를 체험하고 믿게 하려는 징표였습니다. 썩어 없어질 빵으로 오천명을 먹여 살리는 육적인 생명이 있듯이 썩어 없어지지 않을 빵을 먹여서 살리는 참다운 생명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또한 은총의 열매나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나 은총을 주시는 하느님을 찾고 또 만나야 합니다.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영원한 것’,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영원한 것 - 지금 한 번 얻어내거나 사용함으로써 다시 없어져버릴 것이 아닌 것 - 을 “먼저” 추구하는 자세입니다. 주일에 ‘내가 정한 일’을 먼저 하는 사람이 있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일’을 먼저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피곤하고 지친 가운데서도 새벽에 주일미사를 참례하고 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일에 신경쓰느라 쉽게 주일의 의무를 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행이나 휴가가 필요할 때, 주일의 의무를 그 상황 안에서 지켜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자세는 평소 미사참례를 하는 마음가짐에서도 그 차이가 드러날 것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더 먼 훗날에도 우리에게 꾸준히 주어지며 또 없어지지 않을 생명을 하느님께서는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나누어주십니다. 그 은총을 믿고 바라는 사람답게, ‘지속가능한 신앙인의 삶의 방식’을 오늘도 꾸준히 지켜가는 모습으로 우리의 신앙을 고백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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