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독서에 나오는 십계명의 내용은 어찌 보면 이스라엘 민족에게 ‘헌법(憲法)’과도 같은 것이었을 듯 합니다. 그 내용이 그저 여러 개의 항목만 있는 듯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오늘 독서의 내용을 다시 읽어보면 생각보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그 내용이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그저 열 개의 계명만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소위 법리(法理)라고 할 만한 이유, 곧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시며 그분께서 하신 일은 무엇이고 그분께서 바라시는 바가 무엇인지 등도 부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상 우리가 죄를 피하고 계명을 지키려고 하다 보면 이 십계명이나 혹은 다른 어떤 계명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죄인가 하는 판단을 내림에 있어 복잡하고 어렵게 느낄 때도 있습니다.
계명의 내용은 명료(明瞭)한데 계명을 적용하고 지키기에는 복잡하고 어렵다?
여기에는 법과 규정이 우리 삶의 다양하고 급속한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는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내가 겪어온 현실, 곧 내가 이미 적응하고 편해진 생활상’을 바꾸지 않고서 동시에 계명 또한 지키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어려움들도 많을 것입니다.
즉 이스라엘의 법이 하느님과의 계약시에 받은 열 개의 계명으로 끝나지 않고, ‘무엇이 죄인지’ 규정해야 할 수많은 계명이 생겨나게 되는 이유는 결국 “하느님의 계명을 최우선의 기준으로 지키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상황이나 목표를 우선시하고 때로는 “계명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려는 이기심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럴 때에는 특히나 계명이 모호하고 불합리하다고 느끼게 되는 때가 훨씬 많을 듯 합니다.
계명을 준수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틀에 끼워맞추는 듯한 모습으로 사는 것은 신앙인의 모습은 아닙니다. 그 순서가 바뀌어야 합니다. 다만 한 순간에 모두 바꿀 수가 없기에, 우리는 부단한 변화의 과정을 연습하고 또 시도하며 신앙인답게 변화되어 갑니다. 하느님의 뜻을 우선시하며 지켜내는 것이 더욱 간단하고 명료한 일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오늘도 하느님의 뜻을 찾고 실천하는 하루를 보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