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 속 비유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라고 이름지어 부릅니다만, 사실 이 비유의 핵심은 '씨가 뿌려진 다양한 땅'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이 아니라 씨가 떨어진 땅, 곧 같은 씨가 떨어지더라도 그 땅이 어떠한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짐을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가 느끼기에는 달라보일지 모르나 결국 뿌려진 씨앗 곧 하느님의 은총은 저마다에게 골고루 주어지고, 그럼에도 그 열매는 같지 않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올바로 작용하려면 인간의 협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성사(聖事)생활을 중심으로 하는 가톨릭교회가 그 성사행위를 통해 얻는 은총(恩寵)을 두고 '사효성(事效性, 행위 자체로 발생하는 효력)'과 인효성(人效性, 행위자의 태도와 상태에 따라 발생하는 효력)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즉 하느님의 권능이 완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의 품위를 신적(神的)인 경지로 드높이고자 하실 때에 인간 스스로의 협력이 수반되도록 섭리하셨다는 뜻입니다. 하느님께서 은총 곧 선물처럼 우리에게 주시는 구원의 지평을 인간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완성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 업적에 공로를 쌓을 수 있도록 해주심은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배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부모가 다 알아서 해 줄 수 있지만, 자녀가 스스로 노력하면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준비를 갖추어놓은 채 자녀의 참여를 유도하여 성취감을 맛보게 하고 그 보상도 베풀어주듯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주 들어왔을 이 질문을 다시 한 번 각자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내 마음은 어떤 땅의 모습을 하고 있는가?
어느 때에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 힘들게 하는 내 마음의 돌멩이와 덤불을 걷어내고 흙덩어리를 잘게 잘 골라두어 주님 말씀의 씨앗이 깊이 뿌리내리게 해야 할지를 돌아봅시다. 그리고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광야에서의 경험을 한 이스라엘 민족이 그 경험을 기억하며 바쳤던 시편의 기도를 우리의 기도로 삼을 줄 알면 좋겠습니다 : "아, 오늘 너희가 그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너희는 마음을 완고하게 하지 마라, 므리바에서처럼 광야에서, 마싸의 그날처럼"(시편 9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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