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열 두 제자들은 3년 남짓한 기간 동안 예수님을 스승으로 믿고 따라다녔습니다. 그 기간 동안 예수님과 함께 있으면서 제자들이 누렸던 것, 느꼈던 것을 한마디로 이야기한다면 ‘평화와 안도감’이었을 것입니다. 비록 적대자들과의 갈등으로 인하여 불안하기도 했겠지만, 제자들은 예수님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이라는 확신을 가졌고 예수님이 보여주시는 기적에서 자기들 곁에 가까이 계시는 하느님의 구원을 느꼈기에, 그 구원이 자기네들에게 주어졌다는 확신에서 오는 안도감으로 이 불안함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끝까지 예수님을 따를 수 없었겠죠. 예수님께서 그렇게 능력있고 훌륭한 분이라면 자기들이 투신한 것에 대한 모든 보상을 확실하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머지 않아 제자들 곁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니 제자들은 슬퍼할 것입니다. 비록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예수라는 사람을 가장 가까이서 모시고 다닌다는 자부심이 그들의 생활을 안정되게 해주는 가장 큰 디딤돌이었는데, 이제 그런 안정감이 사라지고 의지할 데 없는 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예수님께서는 이를 두고 사람들은 기뻐하게 될 것이라고 하십니다.
왜 사람들이 기뻐할까요? 제자들의 슬픔이 곧 자신들의 기쁨일 만큼 큰 갈등과 원한이 있다는 말일까요?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곁을 떠나시는 것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목적이 있는 이별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히 떠나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게 될 것을 기약하는 이별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넘어서는 새로운 생명을 보여주심으로써, 우리가 생애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이고 영원한 생명을 받아누리도록 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성령을 통한 새로운 현존방법을 통해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하시기 위한 이별이기에, 그래서 예수님이 모든 사람들과 함께 계실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 모든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예수님과 함께 있음으로써 느꼈던 그 평화와 안도감이 이제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 됩니다. 제자들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들은 모든 이들이 성령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가슴 졸이며 안절부절하지 맙시다. 우리와 함께 계시는 성령의 이끄심대로 따라갈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서, 제자들이 예수님과 함께 머물러 있을 때에 느꼈던 평화와 안도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이 약속을 믿고, 예수님의 승천사건 이후부터 9일간을 매일같이 기도하며 성령을 기다렸습니다. 이 전통에 따라 우리 공동체도 내일(금요일)부터 성령의 은사를 청하는 9일기도를 각자의 자리에서 바칠 것입니다.
하루를 시작하고 마칠 때에, 우리와 함께 계시는 성령께 기도해보지 않으시렵니까?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성령과의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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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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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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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