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부활 제3주간 화요일(요한 6,30-35)

  사제품을 앞둔 무렵에 마지막으로 여러 가지 시험과 면담을 거쳐서 심사를 받게 됩니다. 이때에 여러 가지 질문을 주고 받은 뒤에, 당시 신학교 원장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 “사제로서 살아가려면 신자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나를 희생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기꺼이 내어놓으셨듯이, 우리도 그들을 위해서 기꺼이 먹히는 빵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성체성사를 살아가는 것이다.”

  당신을 가리켜 참된 생명의 양식이라고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신부님의 이 말씀을 떠올려봅니다. “나를 받아 먹어라”는 예수님의 초대는 단순히 빵을 주시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기꺼이 내어놓으신 그분의 사랑에 동참하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참된 생명의 양식은 바로 이것,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어놓고 그들의 영혼을 살찌우기 위한 양식으로 내어주는 사랑입니다.

  다른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놓는 사랑, 다른 이들을 배부르게 하고 살찌우기 위해 먹힐 줄 아는 용기, 그것이 이 세상을 참 행복으로 가득찬 곳, 사랑이 가득한 하느님 나라로 만듭니다. 예수님은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는 말씀을 통해 당신이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당신 자신을 기꺼이 내어놓으실지를 암시하심과 동시에, 우리도 당신처럼 다른 이들을 위해 먹히는 새로운 생명의 빵이 되도록 초대하십니다.

  우리에게 먹히러 오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성체성사를 통해 기억하며, 그 빵을 받아먹고 주님과 한몸을 이룬 우리도 예수님처럼 남에게 먹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상 안에서 우리도 또다른 생명의 빵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성체성사의 신비를 체험하며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그냥 주는 빵만 받아먹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받아들인 예수님처럼 우리도 또다른 빵으로서 다른 이들에게 생명을 전해야 하는 것입니다.

  밀떡이라는 새로운 방법, 새로운 모양으로 우리와 영원히 함께 계시는 예수님께서 사랑의 힘으로 죽음마저 물리치고 부활하신 것처럼, 우리도 다른 이들에게 먹힘으로써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사랑, 썩어없어지지 않는 새생명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