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주님 부활대축일 성야 미사(마르 16,1-7)

  인간은 죽으면 끝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죽음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으며, 죽음을 피하고자 하더라도 거부할 수 없기에 인간이 죽음과 힘겨루기를 하면 그 끝은 언제나 ‘패배’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몸소 부활하심으로써, 인간이 겪는 고통과 좌절의 끝판왕이라 할만한 죽음을 ‘초월’하셨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을 찾아간 여인들에게 웬 젊은이, 곧 천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그래서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마르 16,6)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신 분이 죽음을 이기심으로써, 우리 모든 인간이 죽음을 이길 수 있는 존재가 되었음을 기뻐하는 것이 부활의 첫째 기쁨입니다.

  주님의 부활대축일은 교회가 잉태된 날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믿고 증언하는 데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믿음이 굳건해지고 열매를 맺는 것은 성령을 받음으로써 완성되지만, 어머니 태중의 생명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잉태되어 있듯,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알아듣지 못한 채 예수님을 추종하던 사람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하고 믿음으로써 비로소 온전한 ‘교회’가 됩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1코린 15,14)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로 향하는 여정을 두고, 지도 한 장, 나침반 하나, 이정표 하나, 길동무 한 명 없이 외로운 길을 가지 않고 그 길을 힘내어 걸어갈 수 있도록 돌보시는 하느님의 손길이 깃든 곳이 바로 이 교회 아닙니까? 지금의 우리는 코로나의 여파로 성사생활과 교회생활에서 멀어짐으로 인해 방황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했기에 이를 더욱 여실히 깨달을 수 있습니다. 교회를 잉태할 믿음의 원천을 주신 하느님의 섭리를 체험한 자들이 누리는 기쁨, 이것이 부활의 둘째 기쁨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여러분의 믿음이, 죽음의 때를 지나 하느님의 품에 안기기까지 우리가 삶 안에서 기쁨과 희망을 잃지 않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