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성주간 화요일(요한 13,21-33.36-38)

  유다와 베드로의 배반을 예고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너무나도 담담합니다. 당신을 팔아 넘기고, 당신의 제자임을 부인하며 도망쳐버릴 제자들에 대한 섭섭한 감정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론 당신의 부활을 목격하고 체험한 후에는 제자들이 당신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을 아셨을 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당장의 고통과 배신감을 없애주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십자가에 못박히는 고통보다도 제자들에게서 맛보는 배신감과 군중들로부터 받게 될 조롱이 그분을 더욱 괴롭혔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런 고통과 철저하게 혼자 남겨진 고독함까지도 담담하게 이겨내십니다. 어디에서 그런 힘을 얻으셨겠습니까? 바로 하느님 아버지와 완전하게 일치를 이루시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말씀을 제자들에게 들려주십니다 : “하느님께서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영광스럽게 되셨으면, 하느님께서도 몸소 사람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요한 13,32)

  우리도 살아가다 보면 사람들로부터 버려진 느낌을 받고, 철저하게 혼자 남겨진 듯한 고독 속에서 지내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누군가의 손을 붙들고 싶어지고, 내 곁을 지켜줄 다른 힘을 찾습니다. 그러나 하느님보다 인간적인 위로를 먼저 찾고, 인간적인 힘에 더 마음이 먼저 가고 생각이 기울어지는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의 담담한 모습과 제자들에게 건네시는 말씀을 기억하며 생각해 봅시다. 나는 하느님께 고통과 고독함을 하느님께 의지하여 이겨내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말입니다.

  성주간을 보내며, 하느님보다 인간적인 위로에 더 기대고 싶어하는 우리의 연약한 모습을 예수님을 뒤따라 지고 갈 십자가에 함께 못박아 버리도록 합시다. 예수님께 부활의 영광을 주신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도 그와 똑같은 영광을 주실 것임을 굳게 믿음으로써 우리의 연약함을 이겨내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