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주님수난성지주일

  예루살렘 입성기념식 때에 사람들은 ‘호산나’ 곧 ‘만세’하고 외치며 예수님을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며칠 뒤,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을 조롱합니다. 이 극단적인 변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예수님께서 이런 변덕스러움 앞에서 감회가 어땠을까요? 마치 나를 기만한 듯한 느낌, 배신감, 분함이나 억울함 등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이들의 변덕을 전혀 탓하지 않으십니다. 마치 이미 알고 계셨다는 듯이 말입니다.

  '어디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시지'라며 시험하듯 조롱하는 이들을 두고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곧 시편 22장을 노래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이 시편은 구약시대에 이스라엘의 왕 다윗이 아들 압살롬의 반란 때에 쫓기듯 도망치다가 읊은 내용인데, 죽음의 위협과 환난 그리고 자신에게 모멸감을 주는 신하들의 배신 등 속에서도 하느님께서 원수들의 손에서 자신을 살려내실 분이며 지금껏 그렇게 해주셨음을 기억해내며 찬양하는 내용입니다. 적대자들을 비난하거나 대신 심판해주시도록 청원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자신이 하느님의 섭리 속에 살고 있음을 기억하고, 지금껏 자신을 지켜주신 하느님의 섭리가 변하지 않을 것임을 믿는 것입니다. 즉 예수님께서도 사람들의 변절과 변덕 속에서 한결같으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기억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나에게 잘못했으니 내가 그들에게 못되게 굴어도 정당화된다는 생각은 자기방어적인 생각이며 나부터 살고 보자는 생각입니다. 이는 사람의 생존본능이자 방어본능이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러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서는 반응하는 모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사람들에게는 침묵하시며 마지막 순간에 홀로 기도하시는 모습에서 자신에게 적대적인 사람들까지도 사랑하시어 구원하고자 하셨음을 압니다.

  우리는 이런 예수님을 믿으며, 이런 예수님의 사랑 덕에 구원을 약속받았습니다. 그런 예수님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그런 사랑을 배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