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사순 제4주간 수요일(이사 49,8-15)

  오늘 독서에 나오는 이사야서의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이 나라를 잃고 바빌론이라는 이국 땅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에 쓰여졌습니다. 그래서 이사야 예언자는 이스라엘 민족을 지켜주시는 하느님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로하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리라는 기쁜 소식을 선포하였습니다. 다만 그런 기쁨을 누리게 될 사람들은 하느님께 충실한 사람들임을 가르치면서, 박해받는 이들이 위로를 받고 억압받는 사람들이 구원을 얻을 것이라며 희망과 용기를 북돋웁니다.

  먼 이국땅으로 끌려와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다른 민족의 종교와 풍습 속에 살아야 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이스라엘 민족의 처지는 우리가 겪는 많은 어려움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가 가진 인간적인 한계 때문에 겪게되는 어려움들 말입니다. 이 어려움이라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건강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학업, 생계문제에 따른 부담, 무기력한 생활, 신앙에 대한 갈등으로도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예민하게 다가오는 어려움은 바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문제, 아픔이 아닐까 합니다.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오해 때문에 겪는 아픔들 말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상처를 받으며 산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정작 중요한 것은 대인관계 안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상처받는 피해자라는 것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는 사람은 아닌지를 항상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한계를 직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순절을 보내면서, 모든 사람들이 뛰어넘을 수 없었던 죽음의 문턱을 없애주시려 이 세상에 오시어 십자가의 죽음을 달게 받으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나약함과 한계, 아픔까지도 함께 치유해 주시도록 간청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오늘의 이 시간이 모든 사람의 생명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치신 예수님의 사랑이야말로 우리의 아픔을 어루만져주시는 희망의 원천임을 기억하는 하루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