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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에서는 벳자타 연못에서 서른여덟 해 동안이나 기다리며 병을 낫고자 했던 중풍병자 한 사람을 보게 됩니다. 말이 서른여덟 해이지, 그 기간을 생각해보면 정말 견디기 힘든 만큼 오랜 시간임이 분명합니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어, 물에 들어가고 싶은 적기(適期)에도 물에 들어갈 수 없는 세월이었습니다. 단순히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육체적 고통에 더해 고독함과 서러움까지 서린 세월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놀라운 지점은 그 고통의 시간이 이렇게 긴데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건강해지고 싶으냐?’(5,6)는 예수님의 물음에 대답하면서, 그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그저 희망을 지녔으되 이를 이루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설명할 뿐입니다 :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는 동안에 다른 이가 저보다 먼저 내려갑니다.”(5,7)

  우리가 무엇을 간절히 바라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 왔다면, 저 중풍병자와 같은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3년이 채 못되는 공생활 기간을 위해서 자그마치 30년을 준비하고 기다리셨습니다. 하느님께서도 이렇게 기다리고 준비하시는데, 이에 반해 어느 때의 우리는 빨리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만을 졸라대듯 하면서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차 있기도 합니다. 조급한 마음, 섣부른 판단 등으로 인해 나만을 생각하듯 자꾸 옹졸해 지는 마음, 그리고 더욱 강해지는 욕심 등으로 하느님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하느님의 도우심을 믿는 마음도 잃어 버린 채 ‘말로만 기다리는’, ‘어쩔 수 없이 기다리는 척 할 수 밖에 없는’ 모습으로 지내오지는 않았던가를 반성해 봅니다.

  오늘 복음말씀을 다시 한 번 묵상하며, 하느님의 은총을 입어 참된 희망의 보답을 받은 중풍병자에게서 한 수 배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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