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관람을 즐기지 않습니다만, 가끔은 영화와 같은 매체나 작품 속의 어떤 장면이나 인물의 캐릭터를 통해 공감할 만한 것들을 발견하거나 배움을 얻기도 합니다. 벌써 십수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사순시기를 보내는 이맘때에 한번씩 생각나는 영화가 있는데,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작품입니다. 미국식 우월주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만, 이 영화의 스토리가 시작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주요한 스토리는 이러합니다 : 라이언이라는 병사에게는 3형제가 있었는데, 그 어머니는 네 명의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고 노심초사하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일병이었던 라이언이 전쟁도중에 실종되었습니다. 적군에게 포위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를 살리고자 합니다. 이미 3명의 형제는 모두 전사했기 때문입니다.
네명의 아들이 있었지만, 이제 라이언은 어머니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입니다. 그래서 그 어머니의 아픈 심정을 헤아린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서 라이언을 구하고자 뛰어듭니다. 그만큼 부모님에게 있어 귀한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조국을 위해 아들들을 기꺼이 바친 어머니의 나라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네 아들을 전쟁터에 보내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잃었을 만큼 조국을 사랑했던 어머니처럼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이야기합니다. 그 사랑을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고 설명합니다.
제2독서의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우리는 선행을 하도록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창조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선행을 하며 살아가도록 그 선행을 미리 준비하셨습니다.’(에페 2,10) 그러나 그렇게 선행만을 하면서 살지 못해서 우리의 삶 가운데에는 고통이 있고, 죄가 있고, 죽음이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이 모든 고통에서 구해주기를 간절히 바라셨고, 어떤 댓가를 치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 우리를 구원하심으로써 하느님께서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선행(善行)' 말입니다.
그리고 그 댓가는 하느님이신 분이 몸소 사람이 되어, 모든 이의 죄를 대신하여 희생되심으로써 치러졌습니다. 그 댓가는 당신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 바로 외아들이었습니다. 아들이 없이 아버지일 수 없습니다. 당신의 정체성 자체를 우리의 구원을 위한 제물로 내어놓으신 것입니다. 우리가 이루어내어야 할 '선행의 가치'가 하느님께는 이토록 어마어마한 것이군요.
누구나 자기를 지극히 사랑한다면, 그 고귀함에 감사할 줄 압니다. 라이언 일병을 구하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애썼던 것도 그 어머니의 조국사랑에 감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에 얼마나 눈뜨고 살고 있으며, 그 사랑에 얼마나 감사하고, 얼마나 보답하는 맘으로 지냅니까?
하느님께서는 많은 것을 바라시지 않으십니다. 그저 당신께서 보여주신 지극한 사랑처럼,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주님을 닮아 선행을 행하여 행복해지기를 바라실 뿐입니다. 이것이 십자가에 높이 달린 채 지금도 우리를 굽어보시는 주님의 마음이며, 사랑입니다.
여러분, 주님의 선행을 선행으로 보답해드리고 싶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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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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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와 보답...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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