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들 사이에서는 이상한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멀쩡하다 못해 점잖고 품위있던 사람들도 군복을 입혀 놓으면 하나같이 '군바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예전 경험으로 신부들도 예비군 훈련에 가서 만나면 똑같은 예비군입니다. 모자 뒤집어쓰고 옷도 대충 입고,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보기싫다는 느낌을 가지고 ‘군바리’라고 부르는 그런 예비군 말입니다.
사실 예비군 훈련에 간다고 해서 그날 출근을 안한다거나 스트레스 받을 다른 일에서 배제되는 것도 아닌 터라, 예비군 훈련통지서는 성가신 마음으로 받았더랬습니다. 그래서 종종 ‘이걸 꼭 해야 되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요.
어느 땐가 예비군 훈련 중의 교육시간에 교관님으로부터 들었는데, 어떤 사람이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대비하라’고 얘기했답니다. 사실 맞는 말입니다. 군사훈련은 완전한 평화를 위한 것입니다.
세상이 평화로운 것 같지만 완전한 평화를 이루지 못했기에, 그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준비를 해야하고 원하지 않는 훈련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세상 끝날까지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고 완전한 평화가 도래하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 성가시고 위험한 군사훈련을 받는 젊은이들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율법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신 창조질서에 따라 세상의 구원이 완전히 성취되기까지는 율법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율법 그 자체도 세상과 우리 사람들 안에서 완성을 지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 순리를 잘 헤아리고 계셨고, 그래서 사람들 안에서 때로는 혼돈을 일으키고 있는 그 율법, ‘완성’을 향해 발전하지 못하는 율법의 이정표를 고쳐주신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성체성사도 완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교회도 완전한 공동체가 아닙니다. 지금의 성체성사는 지극히 거룩한 천상잔치이기에 그 자체로 완전하다 하겠습니다만, 세상의 구원이 이루어진 그날에 하느님 나라에서 베풀어질 잔치를 이 세상에서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모양으로 현실화하는 것입니다. 하느님나라에서 모든 이가 하느님 앞에 모여 구원의 잔치에 참여하게 될 그날에, 우리가 이땅에서 거행하는 이 성체성사도 사라질 것입니다. 지상의 교회도 모든 이가 구원받아 하느님 나라에 들게 되면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율법을 통해서든, 성체성사를 통해서든, 우리가 오직 추구하고 간직하려 애써야 할 것은 오직 ‘하느님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시어 보여주시고 가르치신 모든 것인 이 하느님 나라, 곧 우리의 삶과 세상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완성될 그날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율법을 해석하고 지키는 것도, 네가 옳다느니 내가 옳다느니 다투는 것도 모두 하느님 나라를 향한 자기완성의 여정이 아니라면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음을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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