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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유대인들은 성전을 거룩하신 하느님의 집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성전세를 바칠 때에도 흔히 통용되는 화폐와는 다르게 ‘성전에서 사용하는 화폐’를 사용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이 세상의 속됨과는 대비되는 거룩함이 하느님의 특성이라는 사실을 이런 화폐를 통해서도 드러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 보는 것처럼 하느님께서 머무르시는 거룩한 성전 안에도, 세상의 논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성전에서 제물을 바치기 위해 환전을 할 필요가 있는데, 그 과정에 편의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비둘기는 소나 양을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마련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희생제물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난한 이들을 위한 배려의 상징인 이 비둘기마저도 세상의 논리에 따라 이익을 남기는 장사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성전이 본래의 거룩함을 드러내는 곳이 아니라, 세상의 논리에 지배당하는 곳이 되었기에, 예수님은 그 성전을 정화하고자 하십니다.

  그래서 그들을 쫓아내시면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사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몸을 두고 이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두고도 이르신 말씀입니다. 세례받은 우리들을 무엇이라고 부릅니까? ‘성령의 궁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사실 하느님께서는 특정한 장소에만 계시는 분이 아니기에, 그분의 현존을 의식하고 하느님의 거룩함을 닮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 속에도 하느님은 계십니다. 그래서 사실은 세상의 논리에 이끌려 지배당하는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집에서만큼은 그 벽을 뛰어넘고 허물어야 한다고 예수님께서는 일러주시는 것입니다. 그래야 하느님의 집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본래의 거룩함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의 경우, 아파트가 밀집된 곳에 새로 성당을 짓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으신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런 공동체의 경우, 오랜 내력을 지닌 공동체에 비해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세상의 논리를 교회에서도 통용시키려고 하는’ 경향입니다.

  교회도 사람들의 모임이기에, 이치에 닿도록 운영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논리만을 따른다면 교회가 신비로울 것이 무엇이며, 본래의 거룩함이란 더욱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분명 우리는 스스로와 교회공동체를 정화해야 한다는 예수님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특정 공동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문제에서는 우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세상의 논리에 이끌려 살아오면서 쌓게 된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라”고 말입니다. 욕심의 벽, 세상살이 걱정의 벽, 신앙생활을 인간적인 활동으로만 여기는 데서 오는 마음의 벽을 “허물어라”고 요구하십니다. 주님의 집에 있을 때만큼은, 주님을 찾고 생각할 때만큼은 그 시간, 그 자리, 우리가 찾는 주님만을 생각하고 그분께 집중하라고 말입니다.

 

  이것이 주님의 참된 거처가 되어야 하는 우리 자신을 정화하는 방법입니다. 또한 우리가 하느님의 신비를 깨닫고 체험하는 길이요, 부활의 참기쁨을 맛보기 위해 이 사순시기를 보내는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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