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요소로 꼽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스트레스'입니다. 신부로 살아가면서 저도 나름대로는 차분하거나 진중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해서인지 '개그를 건네도 다큐로 받는' 캐릭터를 보입니다만, 본래 성격은 제법 낙천적이고 그래서 스트레스에 취약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가 없을 수야 없겠습니다만, 특히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를 곧 쉽게 잊어버리고서 대할 수 있을만큼 단순하다는 것이 자랑거리였습니다. 그런데 새 신부 시절이던 어느날 본당신부님과 얘기를 나누다가 이 이야기를 자랑스레 했더니, 본당신부님께서 잠시 뜸을 들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그건 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못견디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렇게 되는 것일게다.”
지금껏 그런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인지, 이 말씀이 충격적으로 들렸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말씀이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편식을 하게 되는 것이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가리는 ‘이유있는 편식’일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사람의 타고난 성격 하나에도 그가 행복하게 잘 살수 있도록 배려하시는 하느님의 섭리가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순리에 따라서 살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도 이런 의미일 것입니다.
세상을 하느님께서 지어내신 것은 우리를 구원하고 행복에로 인도하시기 위해서임을 우리는 압니다. 그러니 우리가 은연중에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그 모든 자연의 섭리와 법규에도 사실은 하느님의 그런한 뜻이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 섭리에 순응하며 살 때에, 우리들은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더 잘 살아보겠다는 고집 때문에 인간이 스스로 자초하는 화가 많지 않습니까?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은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다 알고 계시는 우리의 아버지께서는 그 모든 것을 이미 우리의 삶 안에서 얻을 수 있도록 마련해두셨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에게서 그와 같은 행복과 구원의 체험을 이루어주시지 않고서는 세상 끝날까지 사라지지 않으실 것입니다.
우리가 보내는 사순시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순시기를 보내며 회개하고 우리의 삶을 돌아보며 정화하려는 온갖 노력도, 사실은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고 행복하게 하시기 위한 하느님의 섭리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이 사순시기에 합당한 회개와 보속의 정신으로 오늘을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청을 기꺼이 들어주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깨닫고 살아가는 신앙인의 자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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