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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부활대축일을 앞두고 경건히 준비하는 교회의 오랜 전통에 따라, 우리도 체험하게 될 '부활하여 영원히 살게 될 존재'로 변화될 것을 준비하고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순시기 동안 예수님의 십자가의 희생을 본받고 그 공로에 동참하고자 많은 노력들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런 노력들을 타성에 젖어서나 습관적으로 행하지 않고, 한 가지 공통된 지향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세상의 논리가 아닌, 신앙이 주는 기쁨과 행복을 체험하기 위한 것입니다. 고수풀(香菜)과 같이 먹으면 쓰거나 역겨울 것 같은 음식에 맛들이면 두고두고 그 맛을 잊지 못해 즐겨찾게 되듯, 우리도 부활의 희망을 지닌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을 '고난을 감내하는 역설적 방법으로' 맛보고자 함이 사순시기의 재계(齋戒)를 실천하는 이유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광야는 ‘빈 들판’, ‘쓸쓸함’, ‘황폐함’ 등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스라엘 지방도 황무지가 많았기 때문에, 요르단강을 중심으로 한 비옥한 농경지 일부를 제외한다면 도시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아 이런 광야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광야'는 일부러 찾아나서야만 갈 수 있는, 우리 삶에서 동떨어진 곳이 아니라 우리 삶의 자리 가까이에 있음을 먼저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미사거행을 못 한 지 제법 시간이 흐른지라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 있겠지만, 이전의 일상에 비추어 생각해 본다면 이렇지 않을까요? 성당에서 미사 잘 드리고 나와서 성당 마당이나 주차장에서부터 낯선 사람을 만납니다. 성당 안에서 기도할 때와는 다른 사람같은 모습을 볼 때가 가끔 있지요. 집에 돌아와서도 성당에서 같이 미사참례할 때와는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겠죠. 직장이나 모임에 나가면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마음을 다잡고 거룩하고 선하게 살아가는 데에 방해가 되는 '사탄의 유혹'이자 '광야의 시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런 시련을 '하느님께 대한 순종'으로 극복하셨습니다. 구약시대의 이스라엘 민족은 광야에서 40년을 떠돌아다녔는데, 이는 '하느님께서 저 땅을 주실 것이니 들어가라'는 명령을 현실적인 두려움과 걱정 때문에 거부한 '불순종'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우리가 좀 더 확고한 의지와 믿음으로 시련을 마주하며 극복해나가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뜻, 신앙인다운 실천기준을 최대한 지켜내려는 '순종의 몸부림'이 필요합니다. 평소에 그만큼 간절히 지켜내지 못했다면 그 부족함을 채우려는 열성을 북돋우며 살아가는 것이 사순시기의 재계를 통해 우리가 되뇌일 마음가짐인 것입니다.

 

  이렇듯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자 작은 것 하나라도 변화를 시도하여, 두려움과 현실적 계산 속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어려움을 직면하고 극복해 나감으로써 새로운 기쁨과 행복을 알아가는 사순시기를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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