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오늘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는 성경말씀을 다시금 떠올리며, 마음으로부터 진정으로 회개하여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더욱 충만하게 받을 수 있도록 다짐하고 준비하게 될 것입니다. 그 표시로 우리는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을 행할 것입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자기의 죄를 깨닫고 뉘우치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재나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고백하고, 그 표시로 잿더미 위에 앉아서 재를 머리에 덮어쓰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예식에서 머리에 재를 얹는 것도 우리가 죄를 짓고 사는 약한 자임을 인정하고, 회개하겠다는 약속을 하느님께 드리는 것이며, 미래에 받게 될 하느님의 심판을 피하여 동정을 얻고자 하는 행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대축일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한 이 사순시기 동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 것인지에 대해서 오늘의 독서와 복음의 말씀들은 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제1독서에서 요엘 예언자는 다가올 ‘주님의 날’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 진정으로 참회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이제라도 진심으로 뉘우쳐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만 찢지 말고 심장을 찢고, 너희 주 하느님께 돌아오너라.”
이러한 마음의 회개를 표현하기 위해 우리는 하느님과 아무 상관없이 살아가는 삶이 그저 덧없는 것임을 고백하면서 머리에 재를 얹고, 하느님께 자비를 청하고 회개할 것을 새롭게 다짐합니다. 그런데 회개는 단순히 말이나 다짐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변화된 생활을 통해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복음말씀은 우리가 특별히 이 사순시기 동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자선과 기도와 단식과 같은 선행을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선과 기도와 단식을 할 때에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께 보이기 위해서 행하라고 하십니다. 내가 행하는 선행을 통해서 나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나를 그 선행에로 인도하시는 하느님을 드러내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선행은 지금껏 내가 하느님을 거스르고 살았던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참되게 하느님을 섬기며 살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입니다. 내가 회개하였다는 표시인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회개하여 당신께로 돌아오기를 바라시는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우리의 삶의 모습을 보시고 기꺼이 자비와 용서를 베푸실 분이십니다.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면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와 구원의 은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회개한 사람으로서의 선행을 사람들에게 보일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보임으로써 이러한 은총과 자비와 용서를 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와 같이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리며 살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다시금 키워가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사순시기를 ‘은총의 시기’, ‘은혜로운 회개의 때’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자선을 통해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을 느끼도록 인도하고,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찾고 그분의 말씀을 들음으로써 내 삶의 중심에 그분이 계시도록 노력하는 일, 희생과 절제를 통해 남겨진 몫을 하느님을 전하고 이웃을 돌보는 일에 쓰며 사랑을 베풀면서 이 사순시기를 참된 ‘은총의 시기’로 만들어 나가도록 합시다. 우리가 이렇게 간절한 노력을 통해 참된 회개의 삶을 살아간다면, 자비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도 그리스도와 같은 부활의 영광을 안겨다 주실 것입니다.
-
?
아멘.
-
?
아멘
번호 | 제목 | 날짜 |
---|---|---|
478 | 1월 31일 연중 제4주일(마르 1,21-28) 1 | 2021.01.30 |
477 |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루카 2,22-40) 1 | 2021.02.01 |
476 | 2월 3일 연중 제4주간 수요일(마르 6,1-6) 2 | 2021.02.02 |
475 | 2월 4일 연중 제4주간 목요일(마르 6,7-13) 3 | 2021.02.04 |
474 | 2월 5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마르 6,14-29) 2 | 2021.02.05 |
473 | 2월 7일 연중 제5주일(마르 1,29-39) 2 | 2021.02.06 |
472 | 2월 9일 연중 제5주간 화요일(마르 7,1-13) 1 | 2021.02.08 |
471 | 2월 10일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마르 7,14-23) 3 | 2021.02.09 |
470 | 2월 12일 설 대축일(루카 12,35-40) 4 | 2021.02.11 |
469 | 2월 14일 연중 제6주일(마르 1,40-45) 1 | 2021.02.14 |
468 | 2월 16일 연중 제6주간 화요일(마르 8,14-21) 3 | 2021.02.16 |
» | 2월 17일 재의 수요일(마태 6,1-6.16-18) 2 | 2021.02.16 |
466 | 2월 18일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루카 9,22-25) | 2021.02.17 |
465 | 2월 19일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마태 9,14-15) 3 | 2021.02.19 |
464 | 2월 21일 사순 제1주일(마르 1,12-15) 2 | 2021.02.20 |
463 | 2월 23일 사순 제1주간 화요일(마태 6,7-15) 5 | 2021.02.22 |
462 | 2월 24일 사순 제1주간 수요일(루카 11,29-32) 4 | 2021.02.23 |
461 | 2월 25일 사순 제1주간 목요일(에스 4,17; 마태 7,7-12) 2 | 2021.02.24 |
460 | 2월 26일 사순 제1주간 금요일(에제 18,21-28) 5 | 2021.02.25 |
459 | 2월 28일 사순 제2주일(마르 9,2-10) 3 | 2021.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