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마르 7,14-23)

  주변을 더럽힌다는 것, 즉 오염(汚染)시키는 것들이 우리 삶 가운데에는 많습니다. 대기 오염, 수질 오염 등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들은 어쩌면 너무 익숙해져버려 그러려니 내버려두는 문제가 될까 걱정될 정도이기도 하죠.

  그 뿐 아니라 누군가가 ‘내뱉은’ 말이 사람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악의적으로나 조심성 없이 ‘내지른’ 공격성 댓글 따위로 인해 삶마저 저버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본래의 생태계(生態系) 곧 하느님의 창조질서는 자정능력(自淨能力)을 발휘하는데, 하느님께로부터 생명을 나누어 받았음을 믿는 우리 사람들도 그런 자정능력을 발휘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 안에서 ‘나오는’ 것들로 인해 주변을 오염시킬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자연의 자정능력은 각 생명체 각개의 능력을 뛰어넘습니다. 스스로를 오염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그런 자정능력이 조화롭고 연계적으로 힘을 발휘하여 세상 전체를 오염으로부터 지켜내는 하나의 큰 질서입니다. 이를 사람에 빗대어 생각해보자면, 우리 사람도 각자의 덜 깨끗한 부분을 개선해나가는 노력을 해나감과 동시에 각자의 노력만으로 되돌려놓을 수 없는 것들을 ‘파괴와 오염이 아닌 치유와 정화의 길’로 되돌려놓으실 하느님의 창조섭리와 은총을 바라고 또 확인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신앙인이 왜 기도하냐구요? 어쩌면 내 마음을 다스리고 하느님의 법을 기억하기 위한 내면적 노력도 기도할 이유가 되겠지만, 그럼에도 우리 누구나 드러낼 수 있는 나약함으로 인해 훼손되는 것들, 나의 의지와 노력과 헤아림으로도 돌볼 수 없는 ‘오염되는 것들’까지도 하느님의 치유하심에 의탁하는 것이 기도하는 이의 자세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비단 환경문제 같은 눈에 보이는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사회의 고질적 갈등의 골이 깊어질 때 필요한 해당 구성원들의 의식의 자정행위도 참 어려운 문제이다 보니, 심지어 '정치'라는 문제에 염증을 느낄 때에도 교회가 줄기차게 위정자(爲政者)를 위한 지향을 두고 기도하는 것을 떠올려 보십시오.

  창조의 질서를 회복하는 방법은 밖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정작 그 근본적 이유가 될 수 있는 경제지상주의, 민족적·국가적 이기주의, 우리들 내면의 갈등과 미움 등의 악한 뿌리를 자를 때에야 제대로 회복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여기서는 예외가 아니지 않을까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마르 7,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