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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종래에는 주일에 동교민항의 성당에 가면 필요한 분들이 성수(聖水)를 가져오시곤 했을 텐데, 지금은 그러한 기회가 없는 관계로 지난 주부터 문화원에 성수를 축복하여 비치해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몇 교우들께서 성수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가를 잘 모르겠더라고 하셔서 간단히 설명을 드린 적이 있는데요.

  지금 코로나 시대에 와서 ‘勤洗手’(자주 손을 씻자)라는 말을 굉장히 자주 듣게 되듯, ‘물’이라는 소재가 가지는 정화하는 능력은 예로부터 인류에게 꽤나 상징성 있는 모습이었던 듯 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도 이러한 생각들이 상징적 행위로 이어지고, ‘물’이라는 소재가 가지는 ‘정화(淨化)’라는 의미가 자신의 죄를 씻고자 하는 신앙적 열망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세례성사(洗禮聖事)도 물로 씻는 행위가 중요하며, 성수 또한 이런 정화의 의지를 표현할 때에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준성사(準聖事)적 행위의 재료인 것입니다.

  그런데 물만 뿌려댄다고 사람이 깨끗해지겠습니까? 죄를 짓지 않으려는 마음, 곧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살고자 하는 우리의 정신이 더욱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성수는 그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살고자 할 때에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보조적 도구라고 하겠죠. 그래서 성당을 들어갈 때처럼 집에 돌아왔을 때나, 혹은 죄짓기를 경계하는 마음이 들 때 ‘성수를 찍거나 뿌리면서 기도하는 것’이 성수의 주된 사용방법임을 여기서도 다시 한 번 밝힙니다.

 

  어떤 일을 하거나 책임을 맡았을 때, 마음을 다하지 않으면 생기는 일도 있습니다. 학생들을 아끼고 그들의 미래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교사답지 않은 행동이 쉽게 나올 것입니다. 나라의 미래에 관한 비전이 서로 다를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라의 발전과 안녕, 국민의 안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위정자(爲政者)가 된다면 못 볼 꼴을 볼 수도 있을 것이겠구요. 이처럼 마음, 관심, 애정, 진심 등으로 표현되는 ‘사람의 마음으로 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사랑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조상들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두고 ‘너희 위선자들’이라고 부르시며 그 이유를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고 하십니다. 손을 씻는 것은 이스라엘 민족이 유목민이던 시절로부터 시작하여 하느님의 백성이 위생적으로 생활하여 전염병 - 당시에는 천벌이 내린 것으로 이해했던 - 의 재앙을 막고자 함이었는데, 오히려 ‘사람을 위하여 정해주신 하느님의 법’이 의인과 죄인, 하느님의 법에 유식한 자와 무식한 자 등 서로를 갈라지게 하는 것은 그 의도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이 지닌 열성은 갸륵하지만, 그들도 어느 샌가 그 열성적인 습성(習性)만 남은 채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한다는 마음을 잃은 것이 문제가 아닐까요?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우리들의 마음도 무뎌지고 지쳐갈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막연한 마음은 있지만 정작 못해서가 아니라 안하는 것이 더 당연해져 버린 것들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힘이 들지만, 그래도 시간이 더 지난 후에 지금을 돌아볼 때 ‘입술로는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하느님에게서 떠나 있었다’(마르 13,6 참조)며 부끄러워 할 일은 만들지 않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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