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연중 제4주일(마르 1,21-28)

  오늘 복음의 이야기에서 회당에 있던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소리를 지릅니다 :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마르 1,23-24)

  ‘더러운 영’은 예수님이 누구신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이신 분의 정체의 핵심은 ‘거룩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거룩함을 직면(直面)’했을 때에 더러운 영은 예수님을 두고 ‘자신을 멸망시킬 분’으로 봅니다. 적대적이고 함께하거나 관계개선, 화해가 불가능한 존재로 본다는 뜻입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더러운 영’은 ‘거룩함을 기피하는’, ‘거룩함으로 인해 사라질’ 것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몸담은 가톨릭교회는 성령께서 함께하시기에 스스로를 가리켜 ‘거룩한 교회’(聖敎會)라고 일컫습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통해 추구하는 것도 성덕(聖德), 곧 ‘거룩함’입니다. 그럼에도 온전히 거룩하지 못한 우리들은 때로는 어떤 거룩한 모습, 거룩한 가르침, 거룩한 제안이나 명령 앞에서 망설이기도 하고, 회피하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가다듬어진 ‘거룩한 전통’(聖傳) - 종교의 이름으로 개인이 제안하는 것이 행동요령이나 습성이 아닌 - 을 따르는 것도 거룩함을 올바로 직면(直面)하는 것입니다. 계승하도록 권고받 것도 거룩함을 마주하는 순간일 것입니다. 기도하자는 제안이나 기도지향을 들었을 때 숙제를 받거나 빚을 진 것 같은 느낌을 가진다면 지금 나는 기도를 통해 거룩해지는 것이 아니라 숙제하듯 기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거룩한 모범을 보이는 이웃 형제자매를 두고, 그 거룩함에로의 노력을 존중하려 하지 않고 부족함을 먼저 바라보거나 입에 올린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인 사람을 통해서도 당신의 거룩함을 드러내시는 하느님’을 보지 못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이렇듯, 거룩한 존재나 거룩한 모습을 마주할 때의 반응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혹시 우리가 오늘 복음에 나오는 ‘더러운 영에 들린 사람’처럼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가까이하지 못하는 때는 없습니까? 복음말씀을 통해 그 때와 그 이유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믿음으로써 바라는 '구원'은 '거룩하신 하느님처럼 온전히 거룩한 사람이 되고자 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