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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캄캄한 밤 폭풍이 몰아치던 밤에, 한 나그네가 캄캄한 밤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낯선 길인데다 험하기까지 하여 걸어가기가 몹시 힘들었습니다. 나그네가 바짝 긴장한 채 길을 찾지 못해 더듬거리고 있는데, 뜻밖에 앞쪽에서 등불하나가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등불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던 나그네는 깜짝 놀랐습니다. 등불은 든 사람은 다름아닌 장님이었기 때문입니다. 나그네는 “앞을 보지도 못하는 분이 왜 등불을 들고 나오셨습니까?”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나는 등불이 필요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아 들고 나왔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장님은 나그네에게 갈길을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는 장님의 마음은 등불보다 훨씬 더 밝은 것이었습니다.

 

  빛은 어둠을 밝히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등을 달 때, 최대한 밝게 비출 수 있는 곳에다가 달지, 옷장 안이나 소파 밑, 침대 밑에 달지 않습니다. 등불은 밝게 비추기 위한 것입니다. 그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 왜 등불 이야기를 하셨을까요? 사람들이 빛이신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빛이신 당신을 아직도 드러내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가르침을 들으면서도 사람들은 세상을 밝혀줄 빛이신 예수님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비밀은 알려지고 감추어진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듯이, 예수님이 참 빛이심은 반드시 드러날 것입니다. 드러날 때, 예수님과 가까이에 있고 그분을 따랐던 사람들, 그분을 다른 이들에게 용기있게 드러내며 살았던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는 분명할 것입니다.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마르 4,25)

 

  앞의 이야기에서 장님 자신은 볼 수 없기에 등불이 필요없습니다. 하지만 등불을 들고 있었습니다. 비록 자신에게는 그것이 필요없었지만 누군가는 필요할 것이라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등불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의 행동은 어둠을 헤치며 힘들게 가고 있던 한 나그네에게 밤길을 이끄는 빛이 됩니다.

  우리 마음 안에도 등불, 빛이 있습니다. 빛이신 예수님께로부터 전해받은 빛이 있습니다. 세상의 어둡고 비참한 모습을 밝고 보기좋은 모습으로 변화시켜줄 빛이 있습니다. 그것이 보잘것없다고 여길지라도, 내 안에 자꾸 감춰두려 하지 마십시오. 그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냐며 숨기지 마십시오. 그것은 우리에게 빛을 주신 예수님을 감추는 것입니다. 빛은 드러나기 위한 것입니다. 그 빛을 어둠 속에 있는 다른 이들, 그 빛이 필요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자신 있게 드러내십시오. 그러면   우리가 우리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드러내고, 그 그리스도를 사는 만큼 삶 속에서 누릴 행복과 평화, 기쁨도 분명 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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