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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의 말씀은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4,1-9)와 ‘비유 말씀에 대한 풀이’(4,10-20)의 내용입니다. 우리는 이 비유의 이야기 가운데 한 가지 사실, ‘농부의 씨뿌리는 행위’에 대해 잠시 묵상해보았으면 합니다.

 

  복음에서 농부는 어느 땅에나 골고루 씨를 뿌립니다. 처음 씨를 뿌려보는 입장에서는 농지(農地)의 어느 곳이 좋은 땅인지 아닌지를 확실히 알지 못하는 곳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그 땅이 비옥한 곳인지 아니면 척박한 곳인지, 혹은 땅은 비옥해 보이지만 새들이 쉽게 달려들어 씨앗을 쪼아먹는 등의 다른 요인으로 인해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없는지 등은 씨를 뿌려봐야 알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가까이하고 듣는 것 혹은 누군가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은 결과에 대한 예단(豫斷)에 연연하지 말고 꾸준히 실천하면 더욱 좋은 일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보지도, 전해보지도 않고서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농부가 씨를 뿌리고 수확을 거두어 봄으로써 곳곳이 어떤 땅인지를 알게 되면, 개간(開墾)을 하거나 허수아비를 세우는 등 어떤 노력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노력 또한 ‘다시 씨를 뿌리기 위함’입니다. 씨를 뿌리지 않으면 열매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더욱 자주 듣는 것 자체는 수확 여부에 상관없이 충분한 의미와 가치가 있습니다. 소공동체에서 말씀을 읽고 나누는 것, 레지오에서나 어떤 시기에 성경통독을 하는 것, 개인적으로 성경을 읽고 쓰는 것, 무엇이든 좋습니다. 성경을 읽어야 더 잘 읽기 위해 필요한 개선책도 생각하고, 성경을 더 잘 읽을 수 있습니다. 농사 기법에 상관없이 뿌린 씨앗 이상의 수확은 주어진다는 자연섭리에 대한 믿음이 농부의 파종(播種) 행위로 이어지듯, 하느님의 말씀을 가까이함 자체만으로 은총이 있음을 믿고서 말씀을 듣고 또 전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또한 하느님의 말씀이 담긴 성경 가운데에서 유달리 어려워 이해하기 어렵거나, 듣기에 거북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 중에 어떤 부분만 골라서 들으려고 한다거나, 내가 귀담아듣고 잘 실행하는 말씀도 일종의 편식(偏食)적인 경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음의 이야기에 나오듯 농부는 상대적으로 척박한 땅에서도 씨를 뿌립니다. 우리 마음에서 열매를 맺기가 쉽지 않거나, 생활 가운데서 말씀이 뿌리내리기 어려운 상황에도 말씀의 씨앗을 뿌려져야 합니다. 이것도 또한 우리가 성경을 더욱 자주 읽으려고 시도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겠지요.

 

  오늘도 하느님께서는 당신 말씀의 씨앗을 우리 모두에게 골고루 뿌려주고 계십니다. 그 말씀의 초대에 또 한 번 기쁘게 응답하며 말씀에 더욱 귀기울이는 신앙인으로 오늘을 보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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