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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 들어서면 침이 꼴깍 넘어가고, 커피숍에 들어서면 한 번 더 숨을 크게 들이쉬게 됩니다. 그리고 회개하라 하신 예수님 말씀을 한 번 더 생각해 보자니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회개해야 할 사람들은 어떤 곳에 더 많이 있을까? 시골일까, 도시일까? 부자 동네일까, 가난한 동네일까? 정치인들이 더 나쁠까, 평범한 시민들이 더 나쁠까? 남자가 더 나쁠까, 여자가 더 나쁠까?’ 시골보다는 도시에, 가난한 동네보다는 부자 동네에, 평범한 시민들보다는 정치인들 중에, 여자들보다는 남자들 중에, 그리고 나자렛이나 갈릴래아보다는 예루살렘에 나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복음에 예수님께서 회개를 외친 곳은 변방 지역,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갈릴래아 지역이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나 저 스스로 생각하기에, 우리가 그리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나쁜 사람인가요? 가난한 시골사람들이 뭐가 나쁘다고 예수님께서는 회개하라고 하셨을까요?

 

마르코 복음은 가장 짧은 복음이라, 예수님의 탄생이나 성장 이야기도 없고, 요한이 감옥에 갇히자 마자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 나타나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하셨는데, 첫마디가 ‘회개’입니다. 회개할 사람이 많은 곳에서만 회개하라 하지 않으시고 가난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시골에서도 회개를 외친 이유가 하나 있다면, 회개는 나쁜 사람이 나쁜 길에서 돌아오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도시, 부자, 정치인, 남자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먼저 회개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개혁의 대상은 저곳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 이곳이라는 것을 말씀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이 그렇습니다. ‘정인아 미안해’와 같거나 비슷한 사건, 그보다 더한 사건들은 법이 없어서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만이 아닙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하게 화물을 싣고, 더 많은 사람을 태우고도 굳이 위험한 지름길로 바다를 가다가 침몰하는 세월호 사건도 바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노란 불이 켜지고 빨간 불까지 켜졌어도 속도를 올려서 교차로를 지나가고, 기어코 마트, 은행, 시장, 병원과 가까운 곳에 주차하기 위해 차도에 차를 세우고, 횡단보도가 바로 옆에 없다고 그냥 차도를 무단 횡단하는, 그런 모든 일들이 불행한 사건들의 출발점입니다. 아이는 유치원에 맡기고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데리고 온 첫째가 괴성을 지르며 커피숍을 이리저리 뛰어다녀도 눈물이 핑 돌도록 꾸짖지 않는 한, 또 다른 소양 없는 유치원 교사는 둘째 아이를 쥐어박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회개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빵집이나 커피숍에서 한 번 더 향기를 음미하게 되듯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이 주위 분들에게 한 번 더 우리를 바라보게 만들고 닮고 싶은 모습이 되게 한다면, 가난한 시골 사람들에게도 회개하라 하신 예수님께 조금은 응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태전본당 주임  김상조 대건안드레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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