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서 사랑받는다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다른 이들과 세상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한다거나 사랑이 아닌 미움을 받아 힘겨워할 때, 그래도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어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합니다. 혹은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만한 그 어떤 대상도 찾지 못하는 극단의 외로움으로 인해 때로는 사람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기까지도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내가 받고 싶다고 해서 맘대로 얻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느 때에는 나를 귀찮게 하는 것으로 여겨 그 필요성조차 못 느끼고 가볍게 취급하던 누군가의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지 모릅니다. 부모님이나 가족의 관심과 잔소리가 지나치다거나 성가시다 싶지만, 그 관심이 나에 대한 사랑이기에 감사해야 하는 줄 알면서도 면전에 대고 있는대로 짜증을 부리고는 혼자 후회하는 경험 정도는 누구나 있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주님의 세례축일입니다.
오늘 기념하는 예수님의 세례 사건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이 약속하신 구원자, 바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만천하에 드러낸 ‘공현(公現)' 사건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드러나게 알려졌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의 세례를 통해 한가지 사실만을 알려주십니다 :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1,11)
오늘날의 우리가 듣기에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표현일지 모르나, 부모와 자식의 끈처럼 예수님은 어떤 방법으로도 하느님과 떼어놓을 수 없는 그런 분이라고 알려주십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수님이 하느님께로부터 오셨음을 압니다.
우리도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됩니다.
우리가 세례 때에 받는 은총이 무엇입니까? 성령을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몸소 성령을 보내주시며, 우리에게도 똑같이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딸), 내 마음에 드는 아들(딸)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른다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구원에 가까워졌다는 징표가 되었고,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기도하도록 예수님께서 친히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는 믿지 않는 이들 앞에서는 소리내어 외우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가톨릭교회의 장례예식 가운데에서, 위령기도의 막바지에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하늘에 계신'이라고 시작한 후에 모두 마음속으로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관습은 이런 전통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초대교회 이래로 믿는 이들은 그만큼 하느님의 자녀라는 품위를 소중하게 여겼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내가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에 대해 얼마나 감사하게 생각하십니까? 만약 내가 하느님을 선택했고, 내가 믿을 만한 것이니까 믿고, 내 마음대로 신자의 의무나 계명도 해석하고 판단하고 취사선택하려 한다면 하느님과의 관계도 쉽게 끊어져버리고,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도 얻기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끈은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하더라도 하느님께 돌아오면 하느님은 항상 똑같이 우리와의 끈을 놓지 않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의 '하늘에서 들려오는 음성'처럼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우리의 능력과 노력으로 얻을 수 있다고 아무도 보장해주지 못하는 하느님의 사랑을 얻은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세례성사를 통해 신앙인으로서 얻은 가장 큰 은총인 것입니다.
내가 신자라는 것은 곧 하느님의 사랑고백을 받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신자라는 사실 자체가 우리에게는 곧 은총입니다. 내가 하느님을 알고 신자가 되어 신자답게 살고자 노력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조차도 내가 스스로 한 것이 아니기에 이에 대해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오늘 주님세례축일의 복음말씀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예수님과 당신 자녀들에게 들려주시는 사랑의 고백을 기억하며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주간을 살아갑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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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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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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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