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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예수님은 말할 것도없는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표현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과 이해가 있을 수 있겠으나,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고백에 대해서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에게도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 고백은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느님 말씀 중의 말씀이라고 받아들이는 복음서에서는 하느님의 아들로서의 예수님의 신원에 대해 어떻게 증언하고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네 개의 복음서를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모두 알다시피 네 복음서는 그 편집된 시기와 배경이 각기 다른데, 마르코 복음이 70년경에 가장 먼저 편집되었고, 그 다음 일이십 년 후에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이 편집되었고, 그 다음 대략 일이십 년 후에 요한 복음이 편집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편집된 순서에 따라 연대기적으로 늦게 편집되었을수록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로 세상에 드러나고 선포되는 때가 빨라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마르코 복음에서는 정확하게 예수님의 세례 때 하느님의 아들이심이 처음으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세례 때가 아니라 태어나실 때부터 이미 하느님의 아들로 태어나셨다고 증언됩니다. 그리고 요한 복음에 와서는 놀랍게도 그런 사실이 천지창조 때까지로 소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아마도 예수님의 신원에 대한 초대교회의 깊은 고민과 통찰로 인한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대의 우리는 이 신앙고백을 예수님의 신원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교리요, 하느님의 계시로 받아들입니다.

 

 

 예수님에 관한 많은 것의 시작이 바로 세례를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예수님의 세례는 예수님 삶의 일대 전환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례를 통해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자의식을 가지셨고 그러한 사실이 세상에 선포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세례를 기점으로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로서의 삶을 세상에 드러내기 시작하셨음을 초대교회는 보았습니다. 예수님의 세례는 예수님의 신원에 대한 초대교회 이해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예수님의 세례 사건에 자주 머물러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언제부터 하느님의 아들이셨느냐는 다분히 신학적이고 그래서 다소 지루한 논쟁을 떠나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세례를 통해 하느님 아들로서의 자의식을 가지고 그에 맞갖은 삶을 살기 시작하셨다는 점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그런 관점에서 우리의 세례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역시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났음이 우리 신앙의 본질 가운데 하나이니, 언제나 하느님의 아들딸로서의 자의식을 가지고 그에 맞갖은 삶을 살도록 애쓰는 삶이 바로 참 신앙인의 삶일 것입니다.

 

 

 

 

유천본당 주임  김영수 시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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