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일 주님 공현 대축일(마태 2,1-12)

   우리는 성당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성당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어떤 모습, 그들과의 어떤 만남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거나 힘들기도 합니다. 본래 교회는 ‘성인들의 교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죄인들의 교회’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기준으로 볼 때, 우리는 누구나 ‘아직 덜 다듬어진 사람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의인 혹은 성인의 모습과 죄인의 모습을 동시에 지닌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교회가 '성인들의 교회'이자 '죄인들의 교회'라는 말은 이렇게 완성되지 못했으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도 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사람, 완전한 사람들일 것이라 기대를 품고 있다가 막상 성당에 와 보니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에 실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허점을 지닌 이들의 교회이지만 그 교회, 여전히 허점을 지닌 사람들의 좋은 면을 보고 성당 문을 두드리는 이들도 제법 있습니다. 그들이 보고 ‘괜찮다’, ‘좋다’라고 느끼는 대상은 소위 어디에 내놓아도 훌륭하다는 말을 들을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대부분이 우리들처럼 평범한 신앙인들입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듯 예수님은 무척이나 평범한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구세주 메시아',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나신 분'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이라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그런 평범함입니다. 그런데 그 평범하다 못한 아기를 구세주로 알아보는 사람들, 복음의 동방박사들에게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그렇게 우리가 알지도, 차마 기대하지도 못했던 기쁨을 선사해 줍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서로에게서 각자가 노력하고 있는 신앙인다운 모습을 발견하고, 그 모습 안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하느님의 은총을 알게 되는 기쁨을 누리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별을 보고 그 인도를 따라 예수님을 만나고 기뻐했던 동방박사들처럼 서로에게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발견하고자 노력할 때에 우리의 신앙생활은 더욱 큰 기쁨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예수님을 통해 우리를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널리 드러나게"(公現) 될 것입니다.

  주님의 공현 사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상징(symbol)은 '별'입니다. 하늘의 별은 이방인이었던 - 하느님을 몰랐던 - 동방박사들에게 구세주를 알아보는 기쁨을 선사했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 나와 주위의 어떤 이가 바로 누군가를 예수님을 구세주 그리스도로 알아보도록 인도해주는 하늘의 별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합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중의 누구든 하나도 빠짐없이 구원의 길로 인도하여 기쁨을 안겨주는 하늘의 별처럼 소중하게 만드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