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보다도 다사다난했을 2020년 한 해를 뒤로 하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였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모든 교우들이 수고하신 것을 하느님께서 굽어보시리라 믿으며, 2021년에는 하느님께 의지하는 가운데 희망과 기쁨을 되찾는 시간을 만들어가시도록 기원합니다. 아울러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모로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서도 우리 공동체를 위해 보여주신 모든 교우들의 관심과 사랑과 수고에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제가 새해에 잘 쓰는 인사입니다)
교회는 새해 첫날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과 '세계 평화의 날'로 지냅니다. 교황님께서는 매년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담화문을 발표하시며, 이 시점에서 전세계의 평화를 위해 더욱 간곡한 요청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십니다. 우리도 참된 평화를 위해 무엇에 관심을 두고 어떤 노력을 하여야 할지를 교황님의 말씀을 통해 짚어볼 수 있기를 바라며, 교황님의 담화문 내용이 매우 많음에도 그 내용을 요약하여 전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교황님의 말씀을 듣고서, '참된 평화를 주시도록 하느님께 청하며'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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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길인 돌봄의 문화(A Culture of Care as a Path to Peace)
1. 다가오는 새해에는 인류가 개인과 공동체, 민족과 국가 간의 형제애와 정의와 평화를 증진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저의 이 큰 기원을 여러분 모두에게 전합니다.
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야기한 대규모 보건 위기로 얼룩진 한 해였습니다. 이는 수많은 분야에 퍼진 전 세계적 현상이 되면서, 기후, 식량, 경제, 이주 문제처럼 서로 밀접히 관련된 위기들을 더욱 악화시키고 큰 고통과 불안을 야기하였습니다. 병자들 곁에 함께 있어 주고 고통을 덜어 주며 생명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하는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저는 정치 지도자들과 민간 부문에 거듭 호소합니다. 아픈 사람들과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모든 사람을 돌보는 데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주십시오.
이러한 애덕과 연대의 증언이 있지만, 이와 더불어 여러 형태의 국수주의, 인종주의, 외국인 혐오증, 심지어는 죽음과 파괴의 씨앗을 뿌리는 전쟁과 분쟁도 새롭게 기승하고 있음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인류의 길을 얼룩지게 한 이러한 사건들은, 형제애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를 건설하려면 우리가 서로를 돌보고 피조물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돌봄의 문화는 오늘날 매우 만연해 있는 무관심과 버림과 대립의 문화에 맞서 싸우는 길이 됩니다.
2. 성경에서, 창세기는 그 첫 장에서부터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에서 돌봄 또는 보호가 지니는 중요성을 보여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에덴에 꾸미신’(창세 2,8 참조) 동산 하나를 아담의 손에 맡기시고 “그곳을 일구고 돌보는”(창세 2,15) 임무를 맡기십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는 의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결실을 맺는 땅을 보호하고, 생명을 지탱해 주는 땅의 역량을 보존한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연민으로, 영과 육이 병든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시어 그들을 치유해 주셨고, 죄인들을 용서하시어 그들에게 새 삶을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몸을 굽혀 다친 사람을 살피고 그의 상처를 치료해 주며 그를 보살피는 착한 사마리아인이십니다(루카 10,30-37 참조).
초대 교회 또한 이러한 돌봄의 정신에 충실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영적 육체적 자비 활동은 초기 교회의 애덕 봉사에서 핵심이 되는 활동입니다. 그리하여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시신을 묻어 주며 고아와 노인을 비롯하여 난파와 같은 재해 피해자들을 돌보는 목적으로 자원 제물을 바치는 것이 관례가 되었습니다. 이후에 그리스도인들의 너그러움이 처음의 열정을 잃어 가자, 몇몇 교부(敎父)들은 재산은 공동선을 위한 것이라는 하느님 뜻을 강조하였습니다. 교회 본연의 섬김(디아코니아, diakonia)은 교부들의 성찰로 풍성해지고, 현대에 와서는 사회교리를 통하여 돌봄의 ‘원리’(grammatica)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원칙들과 기준들과 지침들을 담은 소중한 자산으로 제시합니다. 이러한 돌봄의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증진하는 돌봄
모든 인간은 저마다 그 자체로 목적이지, 단지 그의 유용성 때문에만 가치가 있는 수단이 결코 아닙니다. 인간은 가정, 공동체, 사회 안에서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존엄을 지니고 함께 살아가도록 창조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존엄에서 인간의 권리만이 아니라 의무도 나옵니다.
2) 연대를 통한 돌봄
이러한 의무가 가난한 이들, 병든 이들, 소외된 이들, “시간적 공간적으로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우리의 모든 “이웃”을 환영하고 도와주어야 할 책임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연대는 우리가 다른 이들을 – 개인으로뿐만 아니라 더 넓은 의미에서 민족이나 국가로 - 바라보게 도와줍니다. 연대는, 우리가 다른 이들을 어떤 통계 자료로 또는 이용하다가 더 이상 쓸모없을 때 버리는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으로, 길동무로, 하느님께서 모두 똑같이 초대해 주신 그 생명의 잔치에 우리와 마찬가지로 참여하도록 부름받은 이들로 바라보게 해 줍니다.
3) 공동선에 대한 돌봄
사회, 정치, 경제 생활의 모든 측면은 공동선에 이바지할 때 그 가장 충만한 목적을 달성합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은 우리에게 이 사실의 진면모를 시의적절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코로나19에 직면하여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약하고 길을 잃었지만 이와 동시에 중요하고 필요한 사람들로서 모두 함께 노를 젓도록 부름받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그 누구도 혼자서는 구원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계획과 노력은 언제나 온 인류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현재의 상황과 미래 세대에 끼칠 여파를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그 어떤 국가도 고립된 상태에서 자국민의 공동선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4) 피조물 보호와 돌봄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언급한 대로,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과 피조물의 부르짖음 모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지속적이고 주의 깊은 경청은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더욱 효과적인 돌봄으로 이어집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인간에 대한 온유, 연민, 배려의 마음이 없다면 자연의 다른 피조물과도 깊은 친교를 올바로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3. 저는 국제기구와 정부, 경제계와 과학계, 사회 커뮤니케이션, 교육 기관의 책임자들이 위의 원리들을 나침반으로 삼아, “참으로 인간다운” 인류의 공동 항로를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사회적 원칙들의 나침반은 돌봄의 문화를 촉진하는 데에 필요합니다. 이 나침반은 국가 간 관계의 나아갈 방향도 제시해 줍니다.
아울러 인도주의적 법에 대한 존중도 기억해야 합니다. 분쟁과 전쟁이 쉴 새 없이 일어나는 이 시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많은 시민들이 폭력적인 위협에 맞서 정상적인 일상을 유지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아이들은 공부할 수 없고, 많은 가정이 생계의 위협을 받음에도 일할 수 없습니다. 기근이 퍼지고, 삶의 터전에서 도망치도록 내몰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분쟁의 원인은 많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파괴와 인도주의적 위기입니다. 우리는 잠시 멈추어 이렇게 스스로 물어보아야 합니다 : ‘무엇이 세상에 분쟁의 일상화를 가져왔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떻게 해야 연대와 형제애 안에서 참으로 평화를 추구하도록 우리 마음을 돌리고 우리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을까?’
“무기와 다른 군비에 투자할 돈으로 결정적인 기아 퇴치와 최빈국 발전 지원을 위한 ‘세계 기금’을 설립”하기로 한다면 이 얼마나 용감한 결정이겠습니까!
4. 돌봄의 문화의 증진을 위해서는 교육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하여, 사회적 원칙들의 나침반은 상호 연관된 다양한 맥락에서 신뢰할 수 있는 도구가 됩니다.
돌봄에 관한 교육은 가정에서 시작됩니다.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본적인 핵인 가정에서 우리는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그러나 가정이 이 핵심적이고도 필수 불가결한 과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가정에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언제나 가정과 협력하여 교육을 책임지는 또 다른 주체들인 학교와 대학교, 사회 커뮤니케이션들은 모든 인간의 존엄, 모든 언어, 인종, 종교 공동체의 존엄, 모든 민족의 존엄을 인정하고 이 존엄에서 나오는 기본 권리들을 인정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는 가치들의 체계를 전수해 주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종교들은 그리고 특히 종교 지도자들은 연대, 다름에 대한 존중, 환대, 가장 힘없는 형제자매들에 대한 돌봄, 이러한 가치들을 믿는 이들과 사회에 전하는 데에서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바오로 6세 교황님의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 “교회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교회는 여러분을 존경합니다. 교회는 정직하고 충실한 시민들을 교육하고, 경쟁과 분열을 조장하지 않으며, 건강한 자유와 사회 정의와 평화의 증진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전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것이고 어린아이들과 대중의 교육을 위한 것이며 고통받고 버림받은 사람들의 돌봄을 위한 것입니다.”
저는 국제기구들과 정부 기관들과 비정부 기구들에서 교육적 사명을 띠고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일에 종사하는 모든 이,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과 연구 분야에 몸담고 있는 모든 이가 “더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교육, “인내로운 경청과 건설적인 대화와 상호 이해의 역량을 갖춘” 교육이라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독려합니다.
5. 돌봄의 문화 없이 어떠한 평화도 있을 수 없습니다.
돌봄의 문화는 모든 이의 존엄과 선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하여 연대하고 참여하는 공동 투신입니다. 또한 관심을 보이고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가짐, 연민과 화해와 치유의 마음가짐, 상호 존중과 환대의 마음가짐입니다. 이러한 돌봄의 문화는 평화 건설을 위한 특권적인 길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상처들을 치유하도록 이끄는 평화의 길들이 필요합니다. 독창적이고 담대하게 치유와 새로운 만남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하는 평화의 장인들이 필요합니다.”
위기의 폭풍우에 흔들리는 인류의 배가 조금 더 고요하고 잔잔한 항로를 찾으며 힘겹게 나아가고 있는 이 시기에, 인간 존엄을 배의 키로, 사회적 기본 원칙들을 ‘나침반’으로 삼으면, 우리는 안전한 공동 항로로 항해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바다의 별이시고 희망의 어머니이신 동정 마리아를 계속 바라봅니다. 사랑과 평화, 형제애와 연대, 상호 지원과 환대의 새로운 전망을 향하여 전진할 수 있도록 다 함께 협력합시다. 다른 이들, 특히 가장 약한 사람들을 무시하게 만드는 유혹에 굴복하지 말고, 시선을 돌려 외면하는 데에 익숙해지지 맙시다. 반대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돌보는 형제자매로 이루어진 공동체의 형성”을 위하여 날마다 구체적으로 노력해 나갑시다.
바티칸에서
2020년 12월 8일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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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실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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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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