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나 교회의 전통에서는 성 요셉을 ‘의로운 사람’(1,19)이라 표현합니다. 요셉 성인의 의로움이 어떻게 예수님의 오심을 통한 세상 구원에 기여하게 되는지를 오늘 복음을 통해 묵상해 보게 됩니다.
먼저 요셉은 ‘남모르게……작정하였다(1,19)’고 합니다. 정의로운 사람은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기도 하겠지만, 요셉은 마리아의 일을 밝혀 그를 해롭게 하는 일을 꺼립니다. 그래서 파혼하는 결정을 ‘남모르게’ 실행하려 했다고 합니다. ‘의로움’은 타인, 심지어 그 사람이 나와 연관되어 있거나 내게 피해를 끼칠 수 있을지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에 해(害)가 되는 일을 피하는 마음임을 생각해 봅니다.
요셉은 꿈에서 천사의 알림을 듣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천사는 마리아의 잉태가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1,22)’ 일어난 일이라고 합니다. 요셉이 마음을 바꾸게 되는 이유, 다시 말해 자신의 혼사와 거취를 결정함에 있어서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하느님의 뜻과 말씀이 이루어지는 것에 있음을 짐작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심사숙고한 끝에 결정했을 자신의 선택을 바꿀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천사가 명령한 대로’(1,24) 행동합니다. 그냥 내가 아리송한 마리아의 잉태 사건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설명이 아닌, 그 상황에서 내가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도록 협조할 명령을 들었다고 알아들은 것이죠. 이 마음이 하느님을 믿음에 있어 요셉이 간직한 ‘의로움’이 아닌가 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나 공동체 내에서 어떤 봉사직무를 수행하면서, 기업이나 사회활동과는 다른 시각이나 판단기준을 갖고 행동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합리적이거나 효율적인 것, 선한 것이거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보다 때로는 더 중요한 이유와 목적이 우선시될 때도 있음을 알게 됩니다. 물론 이 또한 어떤 기준과 원칙이 존재해야 하겠습니다만, 누군가 - 심지어 그 사람이 돕고 싶지 않거나 함께하기에 어려운 이유를 가진 자가 할지라도 - 에게 적어도 해는 끼치지 않을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게 애쓰는 마음은 잃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또한 교회나 단체의 규율 속에서, 교회나 단체에 속한 사람 및 주변의 사람들의 구원에 도움이 되는 방식인지를 면밀히 고민하고 따져볼 줄 아는 마음이 있을 때에, 오늘 복음의 요셉 성인처럼, 때로는 잘 알지 못하고 명쾌한 해답을 찾아내지 못할 듯 한 가운데서도 하느님의 뜻을 잘 좇아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요셉 성인의 의로움이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시어 우리를 구원하시도록 도움을 드렸듯, 이제는 ‘우리의 의로움’이 예수님께서 세상을 구원하러 오실 때에 그분을 맞이하며 드릴 합당한 예물임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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