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사랑, 이웃 사랑....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 그런데 먼 훗날에 무엇을 셀까 몰라
감꽃.. 김준태
들에 보리가 익어갈 때쯤....
감나무는 비로소 짙고 두터운 잎사귀 속에 노란 감꽃을 탐스럽게 달기 시작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에 점점이 떨어진 감꽃을 주워 먹던 기억을 가진 어르신들 계십니까?
그 별 모양의 꽤 단단한 꽃송이를 실로 꿴 감꽃 목걸이도 있었다던데....
어릴 적 떨어지는 감꽃을 세야하는 배고픈 시절....
병사들 머리로 대표되는 죽음을 마주해야 했던 험난한 시절....
그러나 지금은 기성세대가 되어, 돈을 세며 사랑과 평화로움을 갈구하는 듯한 모습들....
그런데 우리가 먼 훗날.... 온전히 맨몸으로, 영으로 하느님 앞에 섰을 때는, 과연 무엇을?
과연 무엇을 세고 있을까? 무엇을 하느님 앞에 셈하여 내놓을 수 있을까?
혹시 지금 고민되십니까?
배고픔으로 인해 감꽃에 집중하며, 삶의 어려움으로 인해 죽은 병사의 머리를 세듯이,
또는 누군가의 배고픔과 죽음의 소식을 들으면서도 천연덕스럽게 돈을 세고 있지는 않습니까?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대로, 그것이 전부인 듯 살고 계십니까?
하느님 왜 이렇습니까? 왜 저에게는 이런 일들만 생기는지요? 하면서 말입니다.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비유나 되물음 없이 즉답하시는 예수님....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
다시금 우리들 마음과 삶의 태도를 살펴야 하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하느님 백성인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하느님께 대한 사랑, 이웃과의 나눔, 때로는 희생을 동반하는 구체적인 선행입니다.
하느님 사랑에 감사드리고 이웃에 대한 나눔을 실천하면서
영적 배고픔, 죽을 것 같은 삶의 어려움, 세상에 무관심한 듯 자신만을 위한 안락함 추구를 이겨내도록,
그래서 진정 하느님 자녀로서, 예수님 제자로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시다.
대천성당 주임 김경훈 프란치스코 신부
(2017년 10월 29일 연중 제30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