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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성탄시기의 전례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12월 16일까지는 세상 끝날 다시 오실 그리스도의 재림(再臨)을 의식하며 기다리는 시기로, 성탄대축일 1주일 전인 12월 17일부터는 ‘세상에 곧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시기로 지냅니다.

 

  성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한주간의 첫날인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족보를 전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서 기록하고자 한 이 족보의 내용을 통하여 우리가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입니다.

  예수님의 족보는 아브라함으로부터 예수님에 이르는 2천년 가까운 세월 동안의 내용입니다. 그 시간 속에는 하느님을 굳게 믿은 사람과 믿음이 약한 자가 고루 존재합니다.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축복을 충만히 누린 사람도 있지만 축복에서 제외된 자도 존재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께 벌을 받았던 때나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는 속죄의 시간도 있었으며, 하느님께서 함께하고 계심을 확인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려 2천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그토록 다른 모습으로 살아온 다양한 사람들을 거쳐 예수님께서 오시게 되는 것이 하느님의 섭리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하느님께서는 그 모든 역사 안에서 항상 살아계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족보 안에서 이 사실을 발견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인정하지 않고 경시(輕視)하는 바람에 인지(認知)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늘 존재하거나 받았던 것이 있듯이,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예수님께서 오실 때까지 늘 당신의 백성과 함께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족보에 나오는 어느 한순간도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잊거나 멀리하신 적이 없음을, 축복과 징벌이 교차하는 순간들 속에서 하느님께서는 늘 함께하고 계셨습니다.

  우리의 인생 중에도 보다 중요한 시점이 있습니다. 그 때와 시각이 중요하다고 해서 전후의 나머지 시간은 중요하지 않을까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해주시기를 바라는 어느 때 외에는, 우리가 애써 하느님을 찾지 않는다고 하여 하느님께서는 먼 곳에 계실까요?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기다리는 당신 백성의 시간 속에 늘 함께하신 하느님, 그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의 오심을 깨어 준비하는 우리들의 구원을 위해 지금도 우리와 함께 살아 움직이고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 나오는 족보의 이야기는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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