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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십 수년 전에 제가 북경에 처음 오게 되기 이전, 저는 사제서품을 받은 후 대구의 어느 본당에서 2년간 보좌신부로 생활하였습니다. 그곳은 대구시의 유일한 전망대인 '대구타워'가 있는 곳 근처였습니다. 그 본당에 발령을 받은 후 두어달이 지난 즈음에 손님이 찾아왔는데, 마땅히 바람쐬러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난생 처음으로 타워 전망대에 올라가보았습니다. 전망대에서 커피 한잔 들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도시의 야경은 제법 운치있었습니다. 도시의 가로등과 네온싸인의 불빛은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고, 도시는 제법 환하게 비칩니다. 도시를 관통하는 순환도로처럼 가로등이 줄지어 늘어선 곳을 바라보면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려고 밑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은 착각마저 들더라구요. 전체적인 감상평은 "아무튼 사람이 사는 곳은 참 좋은 곳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낯설던 그 환경이 좀더 익숙해지고 나니, 그때의 감흥은 상당히 엷어져 있더군요. 대도시 특유의 탁한 공기에다 끊임없이 차량이 오가는 도로는 소음도 심합니다. 회색빛의 시멘트 건물은 삭막하게 느껴지고, 거리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같은 삶의 환경을 두고도 이때만큼은 운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에는 참 보시기에 좋은 세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분명 이 세상은 살만한 곳이고, 좋은 것도 많습니다만, 살다 보면 세상이 보기좋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님에 실망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사람이 세상을 지배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임에 분명하지요.

 

  오늘 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이 세상을 지어내셨고, 모든 것이 당신 손을 통해 생겨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세상을 다스리는 능력과 주권이 모두 당신께 있음을 강조하십니다. 세상만물을 주재하시고, 인간의 역사 안에 개입하시는 하느님의 주도권을 기억하라고 우리에게 가르치십니다.

  세상에 눈멀고 귀먹고 말못하고 다리는 저는 등의 많은 질병과 고통도, 사실은 우리들이 자연을 잘못 이용하고 제멋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찾지 않고 자기네들 맘대로 사용한 결과입니다. 이 결과를 뒤집어 엎을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하느님의 주도권에 순응하며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만물을 당신 뜻대로 다스리시고,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남이 없이 살아가는 세상, 그것이 곧 하느님 나라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지어내시고 나서 ‘보시니 참 좋더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우리네가 사는 곳, 내 가정, 내 직장, 내 본당, 내가 걸어가는 길 모두를 주님 보시기에 좋은 곳으로 가꾸어나가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이 하느님의 주도권을 의식하며 사는 삶입니다. 걸어가는 가운데서, 운전을 하는 도중에 만나게 되는 수많은 우발적인 상황들 속에서, 기도하는 가운데서 분심할 때에도, 누가 봐도 좋다고 말할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할 의무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주님을 믿는 우리에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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