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대림 제1주간 화요일(이사 11,1-10; 루카 10,21-24)

  신학생 시절 어느 여름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캠프를 준비하기 위해서 시골의 본당에 갔다가 당시로서는 조금 신기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아주 늙어보이는 큰 고양이가 한 마리 있고, 크고 작은 강아지가 대여섯 마리 있었는데 함께 잘 지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같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고양이의 간지러운 부분을 강아지가 핥아주고, 마치 고양이가 강아지의 어미나 할미쯤 되는 모양처럼 아주 다정하게 서로 엉켜서 낮잠을 자는 것입니다. 고양이와 개는 서로 '견원지간'이라 일컬을만큼 어울리기 힘들다고도 말합니다만, 이 모습을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 천성이나 본능, 서로 상극이라고 말하는 품성이나 이해관계도 모두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상대방을 내 가족처럼 여기고 아끼는 사랑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며, 송아지와 새끼 사자가 어린아이에게 의지하며 더불어 살고, 갓난 아기가 뱀굴에 겁없이 손을 집어넣는다는 오늘 독서의 말씀을 들으면 이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누구나 평화롭기를 바랄 것입니다. 오늘 독서 말씀에서처럼 아무 걱정이 없고, 두려울 것이 없어 누구나 다 떳떳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면서도 그로 인해 갈등이나 다툼이 생기지 않을 그런 세상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자라날 새싹, 하느님께서 보내주시기로 약속하신 구세주 그리스도는 바로 이렇게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새로운 차원의 사랑을 가르쳐주러 오십니다. 그분의 사랑의 구세주로 오시는 분입니다. 당신을 반대하고 죽이기까지 하는 사람들을 끝까지 원수로 여기시지 아니하고, 사랑으로 감싸안으심으로써 평화로운 방법으로 세상의 구원을 완성하신 분입니다.

  누군가가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표현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만, 그것을 이해하지 못해서 서로 아웅다웅하는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우리 일상에서 얼마나 많이 반복되고 있습니까? 우리가 그 자그만 고집과 욕심에서 벗어나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평화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조차 없다면, 늙은 고양이와 강아지들만도 못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힘쓰고 평화를 간절히 원할 때, 사랑으로 인해 평화로워진 우리의 마음과 이 세상에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알아보고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