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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내 동료 가운데 누군가 어려운 일을 아주 훌륭하게 잘 처리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대견해하면서 잘했다고 칭찬을 했습니다. 그런데 당사자가 만약 이렇게 말합니다. “뭐 그 정도야,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이 대답을 듣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할 것 같습니까? 그의 능력을 칭찬하다가도 '알고 보니 건방지다'는 식의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교만한 듯 보이는 태도는 그의 가치를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겸손하게 그 칭찬을 받아들인다면, 그에 대한 호감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처럼 겸손이라는 미덕은 집을 다 짓고 나서 공사를 깔끔하게 마무리짓는 좋은 마감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종으로서의 자세를 말씀하시며 이런 겸손의 덕을 갖출 것을 당부하십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모두 하느님의 일이며, 하느님을 증거하는 모습임을 기억한다면 특히 하느님 앞에서 더욱 겸손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예수님이 그 모범을 가장 잘 보여주십니다. 게쎄마니에서의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고난의 순간을 앞두고 기도하실 때에,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피땀을 흘리는 고통을 견뎌내고서도 십자가를 지는 길을 묵묵히 택하셨던 예수님의 선택을 생각해보십시오.

  십자가 위에서 온갖 조롱과 모욕을 받으셨지만, 마지막에 모든 것을 아버지의 뜻대로 다 이루셨음을 생각하시며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하고 말씀하셨던 예수님의 심정을 떠올려보십시오. 바로 이 모습 안에서 어느 백부장이 ‘이 사람이야말로 진정 하느님의 아들이었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이 겸손함으로 예수님은 하느님의 종으로서의 모든 일을 완성하셨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같은 겸손과 고난은 우리의 구원을 위한 공로였습니다.

이제는 우리 차례입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하여 받을 고난과 시련, 사람들에게서 받아야 할 상처들과 손해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에, 사랑하다 지쳐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하느님께 바쳐드리고 봉헌하는 마음으로 ‘아버지, 제 모든 것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하고 기도하십시오.

 

  겸손하게 모든 것을 당신께 맡긴 예수님에게 세상 끝날까지 기억될 부활과 승리의 영광을 주신 아버지께서는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당신 앞에서 겸손한 종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부활의 영광과 승리의 월계관을 안겨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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