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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11월은 위령성월입니다. 연중시기의 마지막 4주간을 보내는 이때에 위령성월을 지내며, 전례독서의 말씀들은 종말과 심판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전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잔치의 비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처음 초대를 받았던 그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아무도 내 잔치 음식을 맛보지 못할 것이다.”는 마지막 결론으로 맺는 오늘 복음은 본래 ‘하느님의 선택받은 백성’이었던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을 저버리고 선민(選民)으로서의 역할을 못하매, 세상 모든 민족들을 구원에로 초대하시려는 하느님의 숨겨져있던 계획이 역설적으로 드러나게 되었음을 상기시킵니다.

 

  그런데 처음 잔치에 초대받았던 이들은 여러 가지 핑계를 댑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다음에 또 이런 초대를 받을 기회가 있다고 여기는 모습을 보입니다. 경제적 이유, 인간적 관계, 사회적 지위 등 여러 가지 ‘더 다급한 이유’를 거론하며 잔치에 참석하기를 미룹니다. 그러나 복음에서 잔치에 초대받는 것은 그 사람들이 자격이 있어서, 곧 선택받을 자격이 있어서 초대받은 것이 아니라 임금이 초대하기를 거부하면 언제든지 거기에 갈 수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이것이 우리의 구원의 문제에 있어 하느님의 주도권(initiative)를 드러내는 비유입니다.

 

  우리도 하느님을 부정하지도, 하느님을 믿기를 주저하지도 않지만 정말 어떤 때에는 이런저런 자기합리화의 모습이나 부득이한 사유를 핑계거리로 삼으며 당신 가까이로 부르시는 하느님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낼 때가 있습니다. 그런 선택이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익숙하고도 막연한 계산에서 비롯될 수 있지만, 정작 그 기회가 있을지조차도 내가 아닌 하느님의 손에 달려있음을 기억하는 것이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필요합니다. 이 생각이 선택의 우선순위를 바꾸어놓을 수 있고, 그것이 신앙인들이 믿지 않는 이들과 다르게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오늘 복음은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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