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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예수님은 당신의 3년이 채 못되는 공생활(公生活) 기간 중에, 많은 이들의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심지어 살해위협도 종종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그 위험을 피하라고 귀띔해주는 이들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루카 13,33)

다른 사람에게서 이 말을 듣는다면 앞뒤가 꽉꽉 막힌 듯하거나 고집스런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는 이 말씀이 그렇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나를 위해서도 간구해 주십시오. 이 복음을 전하는 사절인 내가 비록 사슬에 매여 있어도, 말을 해야 할 때에 이 복음에 힘입어 담대해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에페 6,20)라고 말합니다. 로마에서 감옥에 갇힌 채 죽을 수 있는 운명에 놓인 바오로가 하는 말이라고 보기에는 대담하다 못해 갑갑하게 느껴지는데,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모습과 흡사하다 여겨지는 대목입니다.

 

  신념을 지니고, 의지력을 발휘하며 꿋꿋이 자신의 행보(行步)를 이어나가는 고집스런 모습이 답답하고 불편하기보다는 안타깝고 가슴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그 고집스러움의 이유가 사랑”임을 알기 때문인 듯 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사랑,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랑 때문에 예수님께서 저렇게도 고집불통같이 죽음의 위협까지 감수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 모습이 오히려 가슴뭉클한 일이 되겠지요. 바오로 사도가 영웅적인 제멋에 빠진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에페소 교회 - 참고로 에페소 교회는 분열과 갈등, 우상숭배 등으로 엄청난 혼란을 겪었기에 바오로가 교회의 설립과 안정화를 위해 무척 공(功)을 들인 공동체입니다 - 구성원들의 회개와 구원을 바라는 간절한 사랑에서 나오는 고집스런 말이기에 그의 말과 당부는 존경스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권고가 됩니다.

 

  우리도 무언가 고집스레 지켜내고자 하는 것들이 있고, 그럼에도 그 믿는 것들을 지켜내는 것이 쉽지 않아 지쳐갈 때도 있습니다. 그때에 오늘 독서의 바오로 사도와 복음의 예수님을 통해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왜 그렇게 힘겨워하면서나 때로는 이해받지 못하면서도 그렇게 고집스레 신앙과 그 신조를 지켜내고자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질 때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라는 확신을 얻는다면, 그것은 고집불통의 어리석음이 아니라 ‘사랑의 십자가를 짊어지신’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참된 희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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