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는 좀처럼 기회가 없었습니다만, '고스톱'을 치다 보면 알게 되는 불변의 진리 가운데 하나가 있습니다. 내가 가져올 패가 나왔음에도 더 큰 점수를 올리기 위해 아끼고 다음 차례, 또 다음 차례로 미루다가 먹으면 꼭 "쌌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이럴 때에는 차라리 마지막까지 참을 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뒤늦게 떠오릅니다. 어디 고스톱 같은 놀이만 그렇겠습니까? 좀 더 욕심 부리는 마음이 화를 부르는 일이 우리 주위에도 많이 있으리라 봅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말씀에서 포도밭 소작인은 주인이 아닙니다. 그들은 주인의 밭에서 농사짓습니다. 어쩌면 자신의 처지에서 소작할 밭을 불하해주는 주인이 은인이 될 수도 있고 적당한 계약관계 대상으로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만, 그 생각이 어떠했든 일단 확실한 것은 그들이 농사지은 밭에서 나오는 결과물이 주인의 몫이라는 사실입니다. 소작인은 그 결과물 가운데에서 자기몫을 받게 될 뿐입니다. 소작인이 밭에서 나오는 수확물을 주인의 것이라 인정할 때에, 자신의 약속된 몫을 정당하게 차지하면서 동시에 주인과의 관계도 원만하고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 악덕지주가 아니라는 전제에서는 말이죠. 적어도 이런 상황에서 소작인들은 확실히 '농사꾼, 농부'입니다.
그러나 내가 땀흘려 일군 것들이 주인의 것임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을 때에, 소작인들은 더 이상 농부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폭력배에 살인자로 변해갑니다.
세상 모든 것이 다 내맘대로 할 수 있는 내것이라면 좋지 않을 것이 무엇이겠느냐마는, 그렇지 않은 줄 알면서도 마치 내것인양 욕심을 내며 사는 모습이 얼마나 많은지를 '더이상 농부가 아닌 모습으로 돌변하는 소작인들'의 모습을 통해 그려보게 됩니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한 것을 다른 이의 탓으로 돌리면서 스스로와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질투에 사로잡혀 몸서리치고, 심지어 다른 이의 것을 내것으로 삼기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인간적인 행태도 서슴지 않는 모습 등은 자신과 타인에게서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욕심에서 자유롭기 위해 우리 믿는 이들이 늘 의식하고 살아야 할 대상, 바로 하느님입니다. 지금은 내가 가지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도 하느님의 몫이 있고, 하느님은 나만의 하느님이 되어야할 것처럼 생각하고 하느님을 소유하려 하지만 사실 하느님은 모든 이에게 사랑받으셔야 할 분이십니다. 그런 하느님을, 그런 하느님의 자리가 내 삶 안에 있음을 인정하고, 내맘대로 사용할 수 있는 나의 모든 것 가운데 하느님께 드려야할 것이 있음을 살필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세상이라는 포도밭을 가꾸고 변화시키는 좋은 일꾼이 되느냐, 포도밭과 수확물에 눈이 멀어 스스로와 주위를 해치는 사람이 되느냐 하는 문제의 해답은, 적어도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을 아는 우리 신앙인에게 있어서는, 하느님을 의식해서 그분께 내어드릴 수 있을 만큼 여유를 지니고 사는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 삶 안에서 나의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자리를 내어드리는 그만큼, 우리는 우리의 영혼과 삶을 좀먹는 욕심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