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일입니다.
성인은 우리와 가까운 시대에 사셨던 분이고, 20세기 중후반 이래 이탈리아 교회에서 가장 공경받았던 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흔히 ‘오상의 비오 신부’라고 부르는데, 그분은 80평생 중 50년을 ‘예수님의 오상(五傷)’을 받은 채 사셨다고 합니다. 원래 비오(Pius, Pio)라는 이름은 ‘경건하다, 순수하다’라는 뜻으로 매우 흔한 이름이고 성인 가운데서도 교황이 되신 분들을 비롯하여 같은 이름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만, “비오 신부”라는 것이 바로 이 성인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처럼 여겨질 만큼 현대교회에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회 계열인 카푸친회 수도자로 사셨던 성인의 기적과 일화 가운데 유명한 것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1947년, 비오 신부는 로마로 유학 온 한 젊은 외국인 신부를 만나게 되는데, 그 사제가 장차 교황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며 "신부님이 앞으로 수행할 교황의 자리에 피가 보입니다"라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비오 신부가 만난 젊은 사제는 폴란드 출신의 카롤 보이티와, 바로 훗날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었습니다. 이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비오 신부를 2002년에 성인품에 올립니다.
신앙생활과 전례거행에 있어 굉장히 열성적이며 엄격했던 비오 신부가 가까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 가운데 하나는 ‘영혼들의 구원’과 ‘모든 성인의 통공’에 관한 믿음입니다. 비오 신부는 특히 연옥의 영혼들을 위한 ‘대사(代赦)’교리에 강한 믿음과 책임감을 가졌고, 그들을 위해 고통을 일부러 감내함으로써 희생하는 모습을 평생 보여주었습니다. 현실적이고 감각적인 것에 익숙해짐으로써, 보이지 않는 것, 보이지 않는 결과 등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강해진 현대교회에 여전히 기도의 힘과 필요성, 희생과 보속이 가지는 의미 등을 삶으로 보여준 분이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 주라고 보내실 때에 먼저 “모든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시고”(루카 9,1)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 옷도 지니지 마라“(9,3 이하)고 이르십니다.
아무 것도 지니지 말라는 말씀을 지키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우리가 재물에 눈이 먼 사람은 아니더라도 어떻게 재물 없이 살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스러우니 말입니다. 그러나 그 원칙을 제시하기 이전에 전제되는 것은 이미 어떤 재화나 수단에 의존하지 않고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근원적인 힘과 능력을 예수님께서 이미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근심이나 걱정거리에 빠져버리면 알던 것도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나 난관에 봉착하면 시야가 좁아져 버릴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더 나은 삶, 더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 여러 가지 다양한 역할과 체험을 한다고 하면서 때로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할 것, 믿고 있거나 믿으려 힘써야 할 것들에 둔감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 성령의 이끄심, 연옥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우리가 베풀 수 있는 사랑 등에 대해 무감각해지기 쉬운 이 시대에, 비오 신부의 삶과 영성은 우리가 잊기 쉬운 것들을 다시금 되찾도록 이끌어주는 듯 합니다.
오늘 또 한 번 성인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바른 길로 인도하시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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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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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