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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구약시대에 십일조(十一條)를 내는 것은 땅과 생명, 번영과 재물에 대한 하느님의 주권과 소유권을 인정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하느님께서 선조 아브라함에게 일찍이 약속하셨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받아서 가나안 지역에 정착하게 되었고, 따라서 하느님께서 그 ‘땅의 약속’을 이루어주신 결과가 바로 땅에서 얻는 소출(所出)이었으니, 풍성한 수확 또한 하느님의 축복이 여전히 함께한다는 징표로 여겼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것을 먹고 살아가며 번영할 수 있으니, 그 모든 것이 하느님께로부터 왔음을 인정하는 것이 ‘십일조’ 규정의 기본적인 의미인 것입니다.

생산자가 십일조를 내면 그 수입은 성전의 관리와 예배(전례), 사제들과 레위인들, 가난한 이들, 고아와 과부들을 돌보는 데 쓰였습니다.(신명 14,22-23 참조)
 

  결국 십일조는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을 하느님께서 쓰이기 원하시는 일에 쓰이도록 한다는 정신에서 비롯됩니다. 수확한 재화를 더 바람직한 일에 쓰이도록 힘쓴다고 한다면 바람직함의 기준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일 것입니다. 그것을 오늘 복음에서는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처럼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들”(마태 23,23)로 예시를 들고 있습니다.

 

  십일조의 율법을 지나치게 엄격히 적용하여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 같은 각종 향신료와 양념까지도 바치게 했던 바리사이들처럼 엄격주의에 빠질 필요도 없겠지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에 쓰이도록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을 돌려드린다’는 봉헌의 정신이 결여된 채로 ‘기부나 체납’처럼 ‘십일조의 율법’을 건성으로 받아들이며 사는 것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실제로 요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과 공적비용의 과다지출 등을 두고 나오는 세간의 평가처럼, 일부 개신교회가 사회방역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단순히 ‘돈벌이 행위’로 치부하는 시각도 많지요. 참된 봉헌행위 속에서 ‘하느님의 주도권과 소유권’을 담아내지 못하면 우리 신앙인들도 쉽게 빠질 수 있는 착각의 한 단면이 아닐까 합니다.

 

  이것이 어디 ‘재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요? 우리의 삶이 하느님께서 질서지워주신 바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며 우리는 모두 하느님께로부터 온 자들임을 인정하는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정신에 대해 나의 의무와 권리, 태도 등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도록, 오늘의 말씀은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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