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시대는 산업혁명의 완성과 더불어 빈부격차의 극심함이나 신분제도의 변화 및 붕괴, 제국주의 국가들의 각종 침탈이 극에 달하여 혼란스러운 시대였습니다. 이렇듯 새로운 사회적 문제들이 대두되었을 때,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으로서의 인간의 존엄함과 그 천부적 권리를 전세계적 보편개념으로 정립시키는 등 교회가 제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오늘 기념하는 성 비오 10세 교황(재위 : 1903~1914년) 또한 그러한 교회의 변화와 사회적 기여에 이바지하신 분입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성인께서 매우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자세와 방침으로 교회를 이끌었던 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극단적 보수성이 되려 교회를 쇄신하고 살리는 힘이 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혼란의 시기에, 교회의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는 많은 움직임이 있었고, 그 요구들이 교황님의 방침과 대치되어 거부당하는 일도 허다하게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많은 불만과 지탄의 목소리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과 몇십년 뒤에는 그분은 대단한 성자(聖者)로 칭송받았고, 성인품에 올려져 모든 교회의 공경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어느 순간에 각자의 생각, 특히 인간적인 생각(-하느님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이 다르고, 방침이 다르다 하여 그를 옳다 나쁘다라고 무조건 비난할 수 없습니다. 기도하고, 그리스도의 계명에 가장 합당한 방법으로 살기 위하여 교회의 법을 바꾸고, 전통에 충실하도록 이끌었던 성인처럼 우리도 그러한 기본에 충실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성덕(聖德)을 닦는 데에 온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비록 그 노력만으로는 답답한 것, 아쉬운 것, 서글픈 것 등이 많겠지만, 그 부족한 나머지는 하느님께서 이루어주시는 것입니다. 그 삶의 족적(足迹)에 대한 평가도 후대의 어느 때에, 더 나아가 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가 성인(聖人)이 되기 위해 매일을 노력하며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너무 아쉬워하거나 자책하지 마십시오. 우리 각자의 부족함은 그 안에 함께하시는 성령을 통해 ‘교회가 채워줄 것’(Ecclesia supplet)입니다. 성 비오10세 교황의 삶을 통해 우리는 이 사실을 다시 한번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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