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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마트에 생필품을 사러 갑니다. 우유나 요구르트 같은 식료품을 사러 가면 유통기한이 적혀있습니다. 여러분은 유통기한을 보고 어떻게 물건을 고르십니까? 보통은 더 싱싱해보이고, 유통기한이 많이 남은 제품을 고릅니다.

  가전제품이나 장식품을 고르는데, 더 편리하고 디자인이 좋은 신제품이 있고, 수명이 덜 보장되는 구식 모델이 있습니다. 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신제품을 더 선호할 것입니다.

  그러면 물건은 그렇습니다만, 사람도 이렇게 가치를 매길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에 나오는 많은 일꾼들처럼 지금 내가 일등이기에 꼴찌에게 베푸는 아량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나는 언제라도 일등일 것이다’라는 자만심을 그 밑에 깔고 있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일등이다가도 꼴찌일 수 있고,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살아갈 사람이다 싶은 생각이 있다면, 포도원 주인의 자비를 입을 사람 가운데 나도 포함되어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내가 지금 일등이듯이 항상 일등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일등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삶은 고통일 수 있습니다. 일할 수 있고, 먼저 뽑힐 수 있는 건강함과, 일찍부터 일자리로 나갈 수 있을만한 성실함 등은 일등이 아닌 때에는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 되어 버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비록 건강하지도, 성실하지도, 일할만한 능력과 힘이 충분하지도 못할 수 있지만 주인의 자비로운 마음 때문에 다시 일등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희망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모습이든, 비록 낡고 부족한 꼴찌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해도, 하느님의 자비하심 안에서는 모두 소중하고 귀합니다.

  우리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자긍심을 가질 줄 아는 신앙인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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