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서품식때 성인호칭기도를 바치는 때가 있습니다. 다들 잘 아시죠? 그때 엎드려서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습니까? 궁금하시지 않습니까? 물론 저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기에 딱히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만, 지내온 시간에 대한 회상도 하면서, 사제로서 일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특별히 청원을 드립니다.
선배 신부님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것도 있습니다만, 저도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강론 잘 할 수 있는 은총과 고해성사를 정성껏 잘 집전할 수 있는 은총을 구했습니다. 사실 본당에서 생활하는 중에, 가장 교우분들에게 힘을 주고 하느님을 가까이서 느끼게 도와주는 확실한 방법은 미사와 고해성사이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 하느님이 함께 계시고, 하느님의 능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성 요한 비안네 신부님의 축일입니다. 비안네 성인은 단순하면서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강론과, 많은 이들을 회심케 하는 정성어린 고해성사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성인은 본당신부들의 주보성인으로 특별한 공경을 받습니다.
사실 비안네 성인은 비쩍마르고 볼품없는 외모에 공부도 아주 못했다고 합니다. 신학교에도 처음 들어갔다가 쫓겨나왔다고도 하지요. 그럼에도 끈기와 부단한 노력으로 다시 신학교에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결국 성인품에 올라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는 훌륭한 사제로 일생을 살았습니다. 성인의 삶을 떠올려보면서, 비안네 성인이 강론과 고해성사, 특별히 고해성사를 통해서 많은 이들의 공경을 받게 된 사실을 주목하게 됩니다. 우리들도 사제에게 고백을 한다는 것이 꺼림직하다고 여기거나, 자신의 잘못 혹은 감추고 싶은 모습을 누군가에게 드러낸다는 것을 어렵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2백여년 전에도 이점에서는 별다를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고해성사를 잘주는 신부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가서 줄을 서 기다리고 그 신부를 공경했다는 점에서, 기본에 충실한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 기본이라고 하는 것에는 사람을 만들어가는 힘이 있습니다. 작은 일에 충실하지 않고서 큰일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말입니다. 더군다나 우리의 신앙생활 안에는 하느님의 현존과 그분의 능력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신자로서 행하고 접하는 가장 가까운 일들, 미사와 고해성사와 기도에 충실한 것은 우리의 삶이 복음을 전하는 모습으로 변화되도록 하는 데에 가장 필요한 자세입니다. 그런 자세와 마음가짐 안에서 하느님께서 일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를 ‘조과’, ‘만과’라고 불렀습니다. 아침에 드리는 기도, 저녁에 드리는 기도가 아니라 아침에 반드시 바쳐야 할 기도, 저녁에 반드시 바쳐야 할 기도라는 뜻입니다. 그 기도를 통해 우리의 삶이 하느님과 가까운 곳에 머물러 있을 수 있음을 기억하게 합니다. 요즘 같으면 5분이면 바칠 수 있는 아침,저녁기도를 통해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하느님과 함께하려고 노력해봅시다. 그 안에서 하느님의 성령은 이미 우리와 함께 기도하고 계시고,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계실 것입니다.
우리 모두 자신이 행해야 할 기본에 충실한 신앙인이 되어, 비안네 신부님의 성덕을 지금 이 시대에 다시금 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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